아픈 허리 참고 살던 오복희 할머니가 활짝 웃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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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금이 가서 아픈데도 참고 겨우 살았습니다.”

 지난 8월 중앙일보헬스미디어 사무실엔 오복희(69·경기도 광명시) 할머니의 편지가 도착했다. 큼직한 글씨로 직접 쓴 사연이었다. 할머니는 15년 전 눈길에 미끄러졌는데 형편상 병원을 못 갔다. 3년 뒤에 또 넘어져 병원에 갔더니 치료시기를 놓쳐 방법이 없다고 했다. 허리가 너무 아팠지만 일손을 놓을 수 없었다. 남의 집 아기를 돌보는 일을 하며 통증이 심해졌다. 앉으나 서나 허리가 아프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중앙일보 건강섹션 ‘건강한 당신’에 소개된 기사를 봤다. 오 할머니는 “내 살라고 당첨됐는갑다”며 기뻐했다.

청소년이 부모님 건강 걱정해 신청

경희무릅나무한의원 서혁진 원장이 ‘효캠페인’ 참가인 오복희 할머니에게 침을 놓고 있다. [이나경 기자]


중앙일보는 경희무릅나무한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효(孝)캠페인’을 진행했다. 척추·관절질환으로 고생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한 취약계층이 대상이었다. 사연신청은 자녀·친척·지인과 딱한 사정을 아는 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기관 관계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부모님 건강을 염려하는 청소년의 사연신청이 많았다. 6개월간 총 135명의 사연이 접수됐다. 매달 2~3명씩 총 15명을 선정해 경희무릅나무한의원에서 6개월간 한방치료를 무료로 해드렸다.

 경희무릅나무한의원 서혁진 원장은 “퇴행성 척추·관절질환은 노동을 많이 하는 분에게 생긴다”며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아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이매자(54)씨는 딸이 사연을 신청했다. 무릎이 아픈 건 10년 전부터. 올봄부턴 걷기조차 어려웠다. 이씨는 “뼈끼리 맞부딪쳐 한 발자국 내딛기가 무서웠다”며 “빨래와 청소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늘 넘어질까 노심초사했다.

어혈 풀고 주변 인대·근육 강화하는 치료

대상자들은 주 1회씩 침구·물리치료를 받았다. 이강영 원장은 “통증 부위의 망가진 근육과 인대를 개선하는 침”이라며 “막힌 기혈을 뚫고 다시 순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손상 부위에 직접 침을 놓는다. 주변 조직을 자극해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릅나무한의원은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치료할 때 뼈 주변의 인대와 근육·신경·혈관 등 결합조직을 중요시한다. 정상적인 무릎관절은 뼈와 주변조직이 균형을 이뤄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관절을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노화가 진행되면 연골뿐 아니라 주변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다. 이를 재건시켜 통증을 줄이는 것이다.

 이강영 원장은 “침구치료를 반복하면 관절 주변 기혈의 소통이 원활해져 염증을 없앤다”고 주장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어혈을 푸는 것이다. 서혁진 원장은 “어혈이 생겨 혈액순환이 안 되면 관절을 구성하는 근육과 인대 등에 영양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상자들은 하루에 한 알씩 한약도 먹었다. 우황보골건보환이다. 한약재 우슬과 산수유·구기자·복분자·우황 등을 바탕으로 30여 가지를 배합했다. 우슬은 무릅나무의 한약명이다. 서혁진 원장은 “우슬 즉, 무릅나무는 생으로 쓰면 어혈과 부스럼을 없애고, 익히면 간과 신장을 보양해준다. 근골격계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붓기 빠지고, 다리에 힘 생겨”

무릎관절을 치료받은 이매자씨는 “침을 맞고 걷는데 다리에 힘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붓기도 많이 빠졌다. 이제는 누워서 다리를 이쪽저쪽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태가 심해 스트레칭과 아쿠아에어로빅을 추천받았다. 이씨는 “수술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와 척추측만증·압박골절 후유증을 겪은 오복희 할머니도 평지를 무리 없이 걸을 만큼 좋아졌다. 할머니는 “예전엔 허리가 휘청휘청 힘이 없었는데 요즘은 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통증도 저녁에 잠자리에 누울 때만 조금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요통치료부터 받았던 오 할머니는 앞으로 무릎치료도 받게 된다.

글=이주연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사진=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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