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diplomacy] 한류 반대 일본인 시위? 극소수의 철없는 행동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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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교육열은 일본인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많은 한국 학생이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게 되면 한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일본 젊은이들이 예전 같은 도전정신을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3·사진) 주한 일본 대사는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교육열에 대한 평가로 입을 뗐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한류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무토 대사는 “얼마 전 한국 드라마 등을 많이 방송하는 후지TV 사옥 앞에서 일부 일본인의 시위가 있었다”며 “일본 주류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극소수 사람들의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시위는 역으로 한류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대중문화뿐 아니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무토 대사는 일면 껄끄럽기도 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을 잣대로 풀어나갔다.

무토 대사는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외교관이다. 1972년 외무성에 들어간 뒤 첫 해외 근무지가 한국이었다. 75년 6월 한국에 첫발을 디딘 이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11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 대사로 부임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야간통행 금지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보리밥을 먹으며 열정적으로 새마을운동을 펼치던 한국 사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외국 외교관으로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최익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독도와 교과서 문제에 대한 입장은.

지난 3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외교부 청사에서 무토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의 등 뒤로 굳은 표정을 한 채 지나가고 있다. 무토 대사는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자 외교부로 불려 들어왔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에 대한 입장(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로 인해 양국 간 협력이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프랑스의 교과서 기술 방식이 교훈을 준다. 당시 양국은 ‘국민 감정 없이 무엇이 객관적 역사인가’에 중점을 두고 교과서를 만들었다. 한국 측에서 일본 교과서에 대해 여러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조사를 하고 있다.”

-독도 문제 등 양국 간 마찰이 생길 때마다 한국 외교부에 불려갔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에 처한 내 모습을 기억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 이와 관련해 언론에 약간의 섭섭함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외교통상부가 나를 불렀을 때다(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무토 대사를 불렀다. 독도에 대한 우리 영유권을 훼손하는 일본 교과서에 대해 항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신문에는 저와 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사진(오른쪽 사진)이 게재됐다. 원래 등을 서로 돌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김 장관이 내 앞쪽으로 다가오면서 왼쪽 자리에 앉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뒤쪽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우연히 등을 보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를 사진기자가 놓치지 않았고 이 사진이 경색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활용됐다. 당시 내 표정도 딱딱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사진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게 됐다 . 평상시에는 한국 외교관들과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은.

 “북한 핵은 동북아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한·미 3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와도 연계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는 북한의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남북 대화가 재개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또 다른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보는 시각은.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 정세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중요한 이웃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일·한·중 3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20%에 달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다음 규모다. 최근에는 ‘일·한·중 협력 사무국’이 출범해 원자력 안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처럼 지역·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3국 간 협력은 필수다.”

-일본 총리가 최근 5년 사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는데.

 “개혁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급격한 발전에 따른 적지 않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상황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일본 내 정치적 변화는 이처럼 안팎의 급변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신임 총리도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본 경제상황은 어떤가.

 “가장 큰 문제는 엔고(円高)다.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서는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하반기에는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경제는 수출 주도형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만큼 서로 힘을 합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동 플랜트 수출에서 협력한다면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자원개발도 마찬가지다. 경쟁하면 오히려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생각했으면 한다.”

 무토 대사는 지난달 10일 일본에서 삿포로돔에서 열린 양국 간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 대한 평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패했다. 그는 승리 비결에 대해 “일본 축구가 변했다. 적극적 공격 축구로 고질적 골 결정력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일 양국 관계도 좀 더 공격적으로 협력한다면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토 마사토시

1971년 외무공무원 채용 상급시험 합격
1972년 외무성 입성
1975~91년 주한 일본 대사관, 주유엔 일본 정부대표부 등 근무
1991~93년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 과장
1993~96년 주한 일본 대사관 근무
1996~2007년 영국·호주·하와이·한국 등 근무
2007~2010년 주쿠웨이트 일본 대사
2010년 8월~ 주한 일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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