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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장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7호 02면

시장이 재미있는 이유는 신기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22일 시작된 국내 최대의 미술 장터, KIAF도 그랬습니다. 구겨진 담요 사이에 모여 있던 자그마한 화투가 거대한 설치작품이 돼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페인트 덩어리를 벽에 세게 던져 마구 튄 듯한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바닥에 몽글몽글한 흰 거품 사이로 마치 녹아 들어가는 것처럼 상반신만 남아 있는 사람 조각, 와인잔 같은 윤곽선에 붉은 액체가 가득 담긴 사람 그림, 옆으로 짓눌린 괴상한 형체를 했는데 이상하게 멀쩡히 보이는 사람 조각도 있네요. 다들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굳센 공력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조금 눈썰미가 있는 분이라면 작가들의 스타일 변화를 찾아 느껴보는 것도 별미겠죠. 늘 똑같은 스타일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작품이 마치 ‘이런 것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색다른 느낌을 줄 때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뿐만은 아니겠죠.

사람 구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화랑 주인과 심각하게 얘기하는 근사한 옷차림의 중년 부인, 같은 그림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으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부부, 저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새로운 영감을 찾으려 바삐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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