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또 온다, 중국 관광단 … 제주도 ‘마이스마케팅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22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천지연폭포를 찾은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 1만1200명은 13~26일 여덟 차례로 나눠 제주도 관광에 나섰다. [프리랜서 장정필]

우근민 제주지사

지난해 10월 31일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폼 잡는 의례적 방문이 아니었다. 행선지는 1만여 명의 직원 관광을 추진 중인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였다. 바오젠의 리다오(李道) 총재를 만난 그는 직접 자료를 들고 설명에 나섰다. “먼 곳에서 찾지 말라. 가까운 곳에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의 ‘트리플 크라운(세계자연유산·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을 달성한 제주도가 있다.”

 하지만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는 1인당 300달러씩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우 지사는 올해 5월 다시 중국을 찾아 바오젠의 창립 15주년 축하행사장으로 직행했다. 생일날 찾아온 우 지사를 만난 뒤 바오젠의 리다오 총재는 마음을 굳혔다.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번 보고 싶다”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바오젠은 결국 현지답사를 거쳐 제주도를 인센티브 관광지로 최종 확정했다.

 바오젠만이 아니다. 제주도를 찾는 대규모 관광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의 웅진코웨이생활용품유한공사 직원 1750명이 26일부터 3박4일 일정의 제주 관광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7월 중국의 건강식품회사인 인피니투스(2013명)와 바오젠(1만1200명)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관광단이 제주도를 찾는 것이다. 제주도는 최근 세 차례의 중국 관광단이 직접 쓴 소요경비가 618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쇼핑이나 외식 등 간접적인 경제효과까지 합치면 2281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제주도에 굴뚝 없는 산업 바람을 일으켜 세운 것은 우 지사가 공을 들인 ‘마이스(MICE)’다.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그는 “관광의 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대규모 관광단, 특히 인센티브 관광단 유치를 지역산업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제주도에 놀러 오세요”라는 막연한 홍보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백화점식’에서 ‘타깃(목적) 형’으로 전략도 확 바꿨다. 우 지사는 고공플레이를 맡았다. 바오젠뿐 아니라 인피니투스·웅진의 경영진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제주도청 마이스팀은 바닥을 훑었다. 팀원들은 바오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주도에 바오젠 거리가 생긴다는 소식을 전했다. 꾸준히 한류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자 바오젠 홈페이지엔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바오젠 직원들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암웨이 직원 8000명과 중국의 한아화장품 700명 등을 맞이하며 대규모 관광단에 대한 유치 능력을 키웠다. 제주 관광에 대한 평판도 좋아졌다. 이번 웅진 관광단 유치는 높은 만족도를 안고 돌아간 한아화장품 직원들이 낸 입소문의 힘이 컸다. 직원들은 또 중국과 일본 등의 ‘한류 바람’을 실제 제주 관광으로 연결하기 위한 맞춤형 대안들을 내놓느라 연일 머리를 싸맸다. 한동주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적극적인 타깃 마케팅, 천혜의 자연경관, 한류 열풍이 상승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숙제는 아직 남아 있다. 미흡한 숙박 및 쇼핑시설이나 관광가이드 부족 등이다.

제주=최경호 기자

◆마이스(MICE)=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첫 알파벳을 딴 신조어로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의미한다. 참가 인원이 많고 부가적인 경제효과도 커 관광산업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