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아무려면/아무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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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대화를 할 때는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맞장구까지 쳐준다면 소통이 훨씬 원활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맞장구치는 말 중에 ‘암’이란 게 있는데 이것은 ‘아무렴’과 동의어다. ‘아무렴’의 본말은 ‘아무려면’이다. 이 단어들을 문맥에 맞지 않게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ㄱ.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ㄴ. 송이는 새벽에 따는 게 좋아요? 아무려면, 새벽이 좋지.

 ㄷ. 송편이 맛있으면 되지 모양이 아무렴 어때요.

 ㄹ. 만주로 가겠습니다. 아무려면 죽기야 하겠습니까.

 예문의 ‘아무렴’, ‘아무려면’을 ‘암’으로 바꿔보자. ㄱ 과 ㄴ 은 ‘암’으로 바꿔도 의미 변화가 없다. 그러나 ㄷ, ㄹ은 ‘암’으로 바꾸면 말이 안 되거나 문장의 의미가 원래 의도와 달라진다. ㄷ은 ‘이러하든 저러하든 상관없다’의 뜻을 나타내려는 것이고, ㄹ은 어떤 사실을 확신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나타내려는 것이다. 즉 ‘가도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ㄷ, ㄹ과 같은 경우에는 ‘아무러면’이라고 쓰는 게 바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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