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정부 협상 창구 변화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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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최근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경제 5단체장간 잦은 회동이 이뤄지면서 재계의 대정부 협상 창구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특히 이 장관이 9일 구조조정 점검회의 성격인 4대 부문 개혁 민관합동회의에 이례적으로 경제 5단체장을 참석토록 한 것이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 폐지방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민관합동회의가 각 부문별 구조조정 이행 점검을 위한 정계와 금융계, 재계 간담회 성격인 것으로 안다"며 "과거와 달리 구조조정 본부 대표가 아닌 경제 단체장들이 참석한 것은 관심을 끄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종래의 기업 구조조정 점검회의 형식으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는 재계쪽에서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부회장 등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재계에서는 참석 대상자 선정의 이면에 기업 구조조정본부의 조기 폐지 방침과 맞물려 재계쪽 협상 창구를 바꾸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8일도 갑작스레 경제 4단체 회장들을 직접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으며 9일 오후 7시에는 신라호텔에서 경제 5단체 수장들의 초청으로 다시 만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날 만찬 간담회에 대해 "지난달 이 장관이 초청한 오찬에 대한 답례일 뿐"이라며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김상하 전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경련 다른 관계자는 "이 장관이 4대 부문 개혁 평가회의에서 경제단체수장들에게 기업 구조조정 현황과 재벌개혁 문제 등을 전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의 직접 당사자들이 아닌 경제 5단체장들이 참석해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게 뭔가 크게 달라진 양상인 듯 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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