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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경영 5년 “직원 700명 이름 다 외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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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채은미(49·사진) 페덱스코리아 대표는 회사 직원 700명의 이름을 다 외운다. 자주 보는 서울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가끔 만나는 14개 지방 사무실 직원까지 포함해서다. 사람을 최우선으로 놓는다는 회사의 ‘P-S-P(People-Service-Profit)’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의 이름을 다 외웠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나 자신도 전화를 받는 말단 직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람 중심의 경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는 “직원들이 회사가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이직률도 낮다”고 덧붙였다.

 채 대표는 이달로 취임 5주년을 맞았다. 직원 수는 5년 전 500명에서 700명으로 늘어났다. 재임 중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인력 채용이다.

 그의 스킨십 경영이 이젠 회사를 넘어 지방으로 확대됐다. 이달 초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접수 마감 시간을 기존보다 1~3시간씩 연장하고, 직접 자사 직원이 특송 물품을 받으러 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도권의 용인·화성·이천·포천, 영남권의 함안, 충청권의 진천·음성에서는 협력 업체에 위탁해 물건을 받아왔는데 이젠 페덱스 직원이 직접 챙긴다.

 채 대표는 “전담 물류팀도 없는 지방 중소기업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 서비스 강화책을 쓰게 됐다”며 “이를 위해 2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중소기업 챙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페덱스는 기존 L(라지) 팩(봉투)보다 크기가 두 배인 XL(엑스트라 라지) 팩을 지난달 선보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단 15개국에서 먼저 XL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중소 섬유 수출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고객인 섬유 업체 사람들을 만나보니 기존 L팩에는 청바지 샘플 하나밖에 넣을 수 없어 불편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본사에서 한국 지사도 XL팩 서비스를 하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오자 바로 손을 들었습니다. 이젠 청바지 샘플을 두 개씩 넣을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그는 2006년 대표 취임 이후 국내 외국계 기업의 대표적인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아 왔다. 정부나 업계 관련 행사에 초청되면 자주 첫 마이크를 잡게 된다.

 “처음엔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부담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젠 이를 장점으로 활용합니다. 자연스럽게 발언 기회도 많고, 저를 주목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업계와 회사의 애로 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강병철 기자

◆페덱스(FedEx)=1971년 프레드 스미스가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73년 멤피스로 본사 이전)에서 창업한 물류 회사다. 원래 ‘페더럴 익스프레스’라는 사명을 쓰다가 9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220개국에서 항공기 700대를 운영하며 특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89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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