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김해수·김두우 … 말문 막혀 버린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기류는 ‘침통’ 그 자체다. 청와대 한 인사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청와대 전체가 가라앉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사람들은 그간 “역대 정부를 괴롭혀온 비리 스캔들은 현 정부에선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에 대해선 불관용 원칙을 이 대통령 스스로 밝힌 적도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 대통령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다스리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진행되면서 현 정권 인사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기소됐고 급기야 ‘권력 심장부’에 있는 청와대 수석이 사표를 내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원년 멤버로 정무2비서관→정무기획비서관→메시지기획관→기획관리실장 등의 요직을 거쳐 홍보수석에 발탁된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충격은 더 컸다.

 김 전 수석에 소환장을 보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 전 수석 외에 김양 부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금융감독기관 고위 인사와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16일 구속기소한 박태규(71)씨에 대해 통화 내역 및 위치 추적 결과 돈 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박씨가 접촉한 인물들을 압축해 왔으며, 일부 정·관계 인사들이 박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퇴출저지 로비를 위해 모두 17억원을 박씨에게 건넸다가 2억원을 돌려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은행 대여금고와 자택 등에 보관하고 있던 6억원을 몰수, 나머지 9억원가량이 로비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애·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