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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도 공들여야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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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국내 인구의 절반이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는 당초 2016년이면 폐기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매립된 양은 예정의 53% 수준이고, 2016년에도 계획 대비 6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쓰레기 종량제 도입과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 자원화, 소각, 매립기술 발전 덕분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매립지는 부지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갈등의 발단이 되고 있다. 여유 부지를 더 이상 매립지로 사용하지 말고 당초 계획대로 2016년에 매립을 종료하라는 게 일부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다. 하지만 이미 조성된 매립지의 여유 부지를 남겨두고 다른 지역에 매립지를 새로 조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이 수도권매립지를 2016년에 문닫으려면 이미 새 매립지 부지를 확보해야 했는데 현재 아무런 대안이 없다.

 지난번 수해로 인해 쏟아진 쓰레기는 비록 일시 급증한 것이긴 하지만 수도권매립지의 여유 부지를 조속히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2015년부터 수도권 폐기물의 정상적인 매립을 위해선 수도권매립지 내에 차기 매립장 조성 공사를 연내 시작해야 한다.

 세계 3대 미항(美港)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나폴리가 주민 반대로 쓰레기 처리장을 건설하지 못해 2008년부터 도심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폴리 주민들이 지금 당장 쓰레기 처리장에 동의를 한다고 해도 친환경적인 위생 매립을 진행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지금의 상황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는 국내 인구의 절반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다루는 곳이다.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시설공사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오늘 우리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오염을 예방함으로써 미래 후손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