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7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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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건강장수마을 민요배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산 둔포면 봉재2리 주민들이 김문숙(사진 왼쪽) 강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아산시 농업기술센터의 ‘농촌건강장수마을육성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건강한 마을’, ‘활동하는 마을’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농촌 마을을 젊고 활기차게 가꿔주고 있다. 또한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을만의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삶의 질 까지 높이고 있다.

민속노래 부르며 이웃 간 화합 다진다

요즘 아산 둔포면 봉재2리 지역 어르신들은 민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농촌건강장수마을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민요 배우기’ 프로그램 때문이다. 6일 오후 1시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30여 명의 주민들은 저마다 벽에 붙여놓은 굿거리 장단을 외우느라 여념이 없다.

 곧이어 한복을 입은 중년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문숙(50) 지도강사였다. 그는 이곳뿐 아니라 전국에 민요를 전수하는데 앞장 서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57호 전수자다.

 “어르신들, 오늘 배울 곡은 ‘청춘가’입니다. 모두 젊어진다는 기분으로 불러봅시다.”

 악보를 건네 받은 주민들이 저마다 열창한다. 어떤 이들은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민요를 부를 때는 장단이 중요합니다. 저번 시간에 배운 굿거리 장단을 떠올리면서 다시 불러봅시다.”

 김 강사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자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노래를 불렀다. 1시간쯤 지난 뒤엔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러자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직접 재배한 포도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12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길순단(64·여)씨는 “우리가락을 배우기 위해 시내에 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좋다”며 “이웃끼리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이도 더욱 좋아져 마을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즐거워했다. 김 강사는 “우리 노래가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교육을 통해 우리 것이 보존된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민요를 통해 우리 것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웃간의 정도 더 돈독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칙칙하던 마을을 산뜻하게

백발이 성성한 김수용(76) 할아버지. 그가 처음 아산 선장면 죽산2리에 왔을 땐 허허벌판의 황무지였다. 하지만 당시 30살이던 청년의 손안에 평소 소중히 여기던 그림 한 장이 들려있었다. 파란하늘 아래 드높게 펼쳐진 눈 덮인 알프스 산맥 그림. 그가 어릴 적부터 언젠가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보던 사진이었다.

 할아버지의 꿈이자 인생이던 알프스 산맥이 얼마 전 할아버지네 집 담장에 그려졌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사업’ 덕분이다.

 봉사단체인 컨츄리스마일 30여 명이 ‘행복한 마을, 살기 좋은 마을’ 이라는 주제로 3일과 4일 이틀간 총 10개의 벽면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웠다. 김 할아버지는 “낡은 건물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어두웠었다. 이번 벽화로 마을이 전체적으로 밝아지고, 벽면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미용 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팀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예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농촌노인에게 건강한 생활을 선물해 주기 위함이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활기찬 농촌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외로움 잊고 마을 발전에 최선

이상용(53) 이장은 봉재2리를 한 번도 떠나 본적이 없다. 2005년부터는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농사를 지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아산시에서 작은 농촌마을을 위해 농촌건강장수마을육성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업지로 선정이 되면 연간 5000만원의 마을 발전기금을 얻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을 주민과 힘을 합쳤다. 그리고 올해 6월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마을에는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마을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기념비가 들어섰고 인근에는 포장도로와 꽃길이 조성됐다. 이 이장은 “세월이 갈수록 답답함을 많이 느꼈지만 마을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우리마을도 살만 하구나’라고 느꼈다”며 “젊은 층이 사라져가는 우리 마을에 이번 사업으로 활기를 되찾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문의=아산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팀

041-537-3810 글·사진=조영민 기자

◆농촌건강장수마을육성사업=농촌노인에게 건강한 생활, 평생학습 활동,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 경제활동 등을 실천토록 해 독립적이고 성공적인 노년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아산시에서는 봉재2리와 선장2리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3년 동안 이뤄질 예정이다. 연 5000만원(국비 50%, 시비 50%)씩 1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교육사업과 환경조성사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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