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리스트 … 정치인 2~3명 소환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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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우 수석(左), 박태규(右)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의 한 축으로 알려진 박태규(71)씨를 둘러싼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김두우(54)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면서다.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15일 김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김 수석에게 오늘 소환을 통보했다. 출석시기는 다음 주일 것이다. 구체적 일정은 조율 중이며 혐의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획관은 “김 수석의 신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수석이 비리사건에 연루돼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이 김 수석의 소환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김 수석은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주변에선 김 수석이 박태규씨에게서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김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박태규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치인 2~3명에 대해서도 소환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정·관계 로비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다음 달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으며 야당의 정치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현 정부가 큰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규씨는 누구=박씨는 수사 초기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정·관계 로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는 지난 4월 캐나다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가 8월 30일 자진 귀국했다.

 검찰은 박씨가 도피해 있는 동안 그의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동선 파악을 해왔다. 박씨는 귀국한 뒤에도 검찰 조사에서 줄곧 로비 사실을 부인해 왔다. 조사 초반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의 총 액수마저 다투던 그는 검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와 통화내역, 골프 라운드 기록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들이밀자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씨가 로비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사용해 돈 흐름 파악이 어려워지자 박씨의 은행 대여금고에서 발견된 현금뭉치의 ‘띠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해 상반기 경기도 광주의 E골프장에서 김 수석과 함께 골프를 쳤으며, 당시 김 수석이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씨가 김 수석과 골프를 치기 직전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궁해 왔다. 이 가운데 일부가 김 수석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를 연결고리로 김 수석의 금품 수수의혹에 대해 조사를 집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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