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피고인 백모씨(오른쪽)가 선고 결과를 듣고 있다. 백씨는 재판부가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고개를 들고 무표정으로 미동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림=김회룡 기자]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백모(31·대학병원 전공의)씨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한병의)는 15일 “백씨 부인 박모(29)씨는 목 부위의 피부 까짐과 근육 속 출혈, 기도점막 출혈, 뒤통수의 상처 등으로 미뤄 목눌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백씨가 박씨의 목을 졸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백씨는 지난 1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만삭인 아내 박씨와 다투다가 박씨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백씨가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실신해 욕조 안에 이상 자세로 누워 있다 질식해 사망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실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상 자세에 의한 질식사는 병력 등 선행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사건 당시 박씨의 건강상태를 볼 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설령 실신했다 해도 부검 결과 및 박씨의 상처 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일 행적 등을 종합하면 박씨가 백씨와 함께 있을 때 사망한 상태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형량 결정) 이유에 대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의 목을 졸라 태아까지 사망하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한 부인과 태아에 대해 애도하지 않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등 자기 방어에만 몰두했다”고 덧붙였다. 백씨의 변호인인 이정훈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판결이 법의학적으로 논리적이지 못하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법정에서는 “사람을 죽였는데 20년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부인 박씨의 아버지는 “선고 결과가 조금 불만스럽지만 제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사위와 딸을 다 잃고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위에게 ‘조금 참지 왜 그랬냐’고 묻고 싶고, 딸을 지켜주지 못해 아버지로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병원 영안실에 있던 박씨의 장례에 관해서는 “이제 편히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효은 기자
그림=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