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도심 3곳에 특1급 호텔 … ‘호황’ 업계 바짝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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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하룻밤 객실 이용료가 40만~50만원 하는 특1급 호텔이 서울 구로·동대문·여의도 지역에 잇따라 문을 연다. 지금까지의 특급 호텔 대부분은 서울시청 인근 도심과 강남에 위치했다. 구도심 지역에는 특1급 호텔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을 찾는 외국인 수가 늘어나고, 국내 소비자들의 특급 호텔 이용이 늘어나면서 외면받던 구도심 지역에도 특급 호텔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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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장하는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 지역에 위치한 서울 서남권 최초의 특1급 호텔이다. 대형 복합쇼핑몰 ‘디큐브시티’에 연계된 건물로 269개의 객실을 갖췄다. 호텔 로비를 건물의 꼭대기 층인 41층에 뒀다. 또 모든 객실에 통유리창을 달아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했다.

 쉐라톤 디큐브시티 데이비드 커든 총지배인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호텔 시장은 지난 3년간 크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수년간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서울은 호텔 산업의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이 겨냥하는 주 고객층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벤처기업과 여의도 금융권 방문객이다. 주중에는 외국인 기업 고객을, 주말에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호텔은 공항을 통해 서울로 들어오는 고객들에게는 ‘인천공항에서 1시간 이내, 김포공항에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강조한다. 주말 패키지 상품의 경우 서울 구로 지역뿐 아니라 인천·부평·부천 수도권 인근의 고객들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쉐라톤 디큐브시티에 이어 내년 6월에는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초호화 호텔로 이름이 높은 ‘콘래드 서울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의도에 들어서는 최초의 특1급 호텔이다. 콘래드 호텔은 힐튼 호텔 계열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호텔로 전 세계에 18개뿐이다. 콘래드 호텔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여의도에 볼 일이 있는 외국인들도 도심이나 강남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야 했다”며 “그런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지역에도 최초의 특 1급 호텔이 들어선다. 매리어트 호텔 계열 중 가장 고급 호텔인 JW매리어트가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 부지에 10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객실 수 300여 개 이하에 고급 레스토랑 4~5개도 갖출 예정이다. 이 호텔이 겨냥하는 것은 동대문을 찾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호텔 수 증가의 가장 큰 원인. 하지만 국내 소비층의 확대도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올여름과 추석 연휴 동안 서울의 주요 특급 호텔의 패키지 상품은 9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8월은 원래 호텔업계의 비수기로 객실 판매율이 50% 미만이었지만 최근엔 양상이 달라졌다”며 “비수기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이는 호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잇단 특급 호텔 개장으로 국내 호텔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특 1급 호텔들은 웨스틴조선·하얏트·JW매리어트·쉐라톤·신라·롯데호텔 등 20여 개에 불과해 호텔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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