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값 거품빼기’ 공정위 칼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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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회사의 단말기 공급가·출고가 부풀리기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회사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동통신회사에도 이달 중 비슷한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15일 “단말기 제조회사가 이통사에 주는 단말기 공급가와 이통사가 대리점에 주는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성한 뒤 이를 보조금으로 지급해왔다”며 “이와 관련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따라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은 조사를 맡았던 심사관(국장)의 입장일 뿐이며 법 위반 여부는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11월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05년 당시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반대했다. 보조금 덕분에 경쟁이 촉진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싸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업계의 정상적인 마케팅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비대칭적인 정보를 악용해 단말기 값을 올리고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의 갤럭시S의 경우 출고가와 수출가가 3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며 “단말기 가격 거품이 빠지면 소비자들의 구입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분석이 맞다면 대리점과 제조사·이통사 마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보조금·장려금 지급체계가 워낙 복잡한 만큼 공정위 제재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뜻을 전달한 데 대해 삼성·LG·팬택 등 국내 제조업체들은 “애플을 비롯한 외국업체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했다. 외국산 스마트폰과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국내업체에만 통신비 증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출가격과 차이가 난다는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이들은 “수출용과 내수용 제품의 옵션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내수용 제품에는 지상파 DMB 수신 기능이 필수로 탑재되는 등 수출용에 비해 값비싼 고급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실제 판매가와 큰 차이가 나는 단말기 출고가·공급가에 의구심을 표시해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2의 출고가는 현재 85만원 수준이지만 시중에서 소비자가 월 5만5000원에 2년 약정을 할 경우 17만~18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따로 얹는 장려금 덕분이다. 대신 2년 내에 해지를 한다거나 단말기를 분실했을 경우 많게는 50만~60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서경호·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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