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거세지는 임대수익형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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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지난 4일 경기도 분당신도시 정자동 주택공원전시관에 있는 신야탑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견본주택.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베레모를 쓴 노인에서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주부 이모(37·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씨는 “집을 사려고 모으고 있던 종자돈으로 오피스텔을 분양 받아 임대를 놓고 임대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영어학원비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충남 연기군 대평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강당은 세종시 첫마을 2단계 아파트단지 내 상가 투자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후 2시에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오후 3시 반에 추가 설명회를 해야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50대 남자는 “은퇴한 후 연금으로만 생활하기는 부족할 것 같아 퇴직금으로 상가를 사서 임대해 임대료를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살림살이 팍팍… 당장 현금 수입 욕구는 커져

세를 놓아 매달 일정한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임대수익형 부동산 투자열풍이 갈수록 거세다. 각종 경제적 악재에도 아랑곳 않고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용 초소형 주거시설과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하는 현장마다 사람이 돈이 몰리며 불티나게 팔린다.

불확실한 집값, 불안한 주식, 불투명한 경기, 뛰는 물가가 되레 임대수익형 부동산에는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달이 속출하는 아파트 분양시장과 딴 판으로 임대수익형 상품의 경쟁률은 고공행진이다. 서울 은평뉴타운에 들어서는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는 최근 814실 모집에 9000여 명이 신청해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20㎡형의 경쟁률은 가장 높은 103대 1을 기록했다. 계약 6일만에 87%가 팔리면서 계약금 113억6000여 만원이 몰렸다다. 시행사인 아이앤콘스 홍기범 부장은 “청약을 받은 이틀 내내 청약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신청했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오피스텔 등 임대수익형 상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최근 서울 은평뉴타운에 분양된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 오피스텔 견본주택에서 수요자들이 줄지어 청약하는 모습.

지난달 한라건설이 서울 서초동에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인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도 평균 5대 1, 최고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우건설이 7월 초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 분양한 정자동 2차 푸르지오시티 경쟁률은 평균 24대 1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았던 상가시장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중심으로 온기가 돌고 있다. LH가 올 들어 광교·판교신도시, 세종시 등지에 공급한 단지 내 상가 평균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60%가 넘는다. 지난달 말 세종시에 분양된 단지 내 상가(82개 점포)의 낙찰총액은 200억원이 넘었다.

임대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젊은층으로 확대된 것도 요즘의 현상이다. 본지가 정자동 2차 푸르지오시티와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의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가 60%가 넘었다.

한라건설 신현복 부장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를 이루던 임대상품 시장에 20~30대와 주부들이 부쩍 늘었다”며 “가격이 약세라 해도 비싼 집을 사는 것을 보류하고 임대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젊은층이 많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청약 경쟁률 치솟아

임대수익형 투자 열기는 재테크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집값은 특히 수도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약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에 비해 4.1% 떨어졌다.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에 빨간 불이 잦다.

여기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이러다 보니 집값이나 주식이 크게 올라 목돈을 벌기는 어려워지고 매달 지출은 늘고 있어 집을 사거나 주식하려던 돈으로 임대수익형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모(44·주부)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비는 늘어나고 시부모께 생활비도 드려야 해 갈수록 살림 하기가 힘들다”며 “주식처럼 휴지조각이 될 걱정도 없고 임대수익으로 당장 살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임대수익형 상품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경기가 호황일 때는 위험성이 있어도 한꺼번에 큰 돈을 벌려고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땐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의 투자비용 부담이 적은 것도 매력이다. 대출금을 제외하면 5000만~1억원 정도면 된다. 단지 내 상가는 1억~2억원 정도로 비용이 좀 더 드는 대신 임대료는 좀더 많이 나온다. 1~2인 가구 급증은 임대수익형 투자의 든든한 보루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에 세 들어 살려는 수요자들이 많아 투자자들은 크게 공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 이남수 팀장은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인구구조 변화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임대수익형 상품 투자열기에 불을 댕겼다”고 말했다.

여기가 정부가 잇따라 주택임대사업 규제를 풀면서 투자성이 더욱 좋아졌다. 앞으로는 집 한 채만으로도 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걱정 없이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임대수입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임대투자 문턱이 확 낮아졌다”고 말했다.

임대수익형 투자 열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집값·주식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백성준 교수는 “주택보급률은 이미 상당히 높아졌고 경제도 급성장기를 지나 저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세차익보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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