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위암 수술칼 독점’ 올림푸스에 휘둘린 열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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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조기 위암 내시경수술(ESD) 중단 사태가 추석 연휴가 끝나면 해결될 전망이다. 9일 올림푸스한국이 수술용 칼을 공급하기로 했고 병원들도 수술 재개에 합의했다. 이번 파동은 독점 기업의 폐해를 드러냈고 대학병원과 의사들의 도덕성에 의문을 던졌다.

 ESD 수술은 보험이 안 돼 250만~300만원 하다 1일 보험이 되면서 43만원(환자 부담은 특진료 포함 23만원)으로 떨어졌다. 서민들의 접근성이 훨씬 올라갔다. 문턱이 낮아지면 환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비보험 진료를 보험으로 바꿀 때 가격을 낮춘다. ESD 수가(酬價·건강보험 인정가격)는 의사의 수술료와 칼 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복지부가 올림푸스의 칼 가격을 40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낮춘 것은 잘못이다. 수입 원가가 5만~13만원이라 원가에도 못 미친다. 기업이 손해 보고 장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수술 칼은 일반 공산품과 다르다. 사람의 생명, 특히 암이라는 중증 환자에 쓰인다. 손해가 난다면 정식으로 조정 신청하면 된다. 게다가 이 회사는 수입 원가 자료를 내지 않았다. 그래 놓고 가격이 낮게 책정되자 시행 직전 공급을 중단했다. 그 이후 “환자를 볼모로 장사한다”는 비난이 일자 공급 재개로 돌아섰다. 올림푸스는 9일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불을 질러 활활 타고 있는데 이제 와서 ‘피해 최소화’를 들고 나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올림푸스는 2006년 1월부터 ESD 칼을 거의 독점적으로 고가에 공급(시장점유율 75%)하면서 5년8개월 동안 이윤을 챙겼다.

 소화기내시경 전문의들과 서울아산·세브란스·고대안암 등 대학병원들이 수술을 중단한 것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수술 수가가 낮고 2㎝ 이하 조기 위암에만 보험을 적용한 게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9일 의사협회는 “수가(의사 업무량)는 내과학회와 외과학회가 합의해 결정했고 (소화기내시경학회가) 근거 자료를 내지 않아 2㎝로 한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사 사회에서도 정당성을 입증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 서툴렀던 문제도 있지만 올림푸스와 내시경 전문의들의 도를 넘은 행위 때문에 환자만 골탕 먹은 꼴이 됐다.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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