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추천종목 과연 믿을 만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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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진 공매도 사건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고급정보와 다양한 투자기법으로 무장한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마음대로 조종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추천종목'들이 하나같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보와 기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추천종목은 과연 있는 것인가

증권사들이 수시로 발표하는 ‘추천종목’은 상대적으로 투자정보가 빈약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하나의 투자지침으로 기능한다. 강력한 정보력을 갖춘 증권사가 추천하는 종목에는 아무래도 믿음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 증권사의 공신력을 믿고 추천종목을 샀을 때 주가가 올라 준다면 개인투자자로서는 해당 증권사를 더욱 신뢰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인베스트먼트코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각 증권사의 추천종목을 분석하기 시작, 신뢰할 만한 자료가 축적된 10월부터 홈페이지(www.iktoday.com)를 통해 매일 통계자료를 발표하고 있으며, 주간 혹은 월간 단위로 분석결과보고서를 내놓는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발표한 추천종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마디로 ‘추천종목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증권사 추천종목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분석 결과는 인터넷상에서 추천종목 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1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추천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일부 대형 증권사가 제외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증시에 나돌던 ‘증권사가 추천종목으로 발표하면 매도할 시점’이라는 속설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월간수익률 분석 : 16개사 중 8개사가 마이너스 수익률

SK증권이 장내와 코스닥 공히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전반적으로 지난 2월보다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2월에 19.26%를 기록한 증권사 평균수익률이 - 0.3%로 뚝 떨어져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는 불과 7개사(2월에는 전체 증권사가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음)에 그쳤다.
장내종목의 경우에도 2월보다 수익률이 다소 하락했다. 낙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가 4개사(2월)에서 11개사로 늘어나 불확실한 장세에서 증권사들도 추천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합산수익률에서도 2개 증권사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2월과는 달리 50%가 넘는 8개 증권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여 증권사 평균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0.64%, 2월에는 7.01%).

누적수익률 분석 : SK중권이 25.68%로 전체 1위

추천일 시가와 추천 제외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누적수익률 부문에서는 2월의 활황장세를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월간수익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월보다 수익률이 많이 떨어져 조정을 받는 장세를 반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내종목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가 9개사로 2월의 5개사보다 크게 늘어났다. 평균수익률도 - 0.29%를 기록하여 2월의 1.17%와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코스닥종목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욱 커 마이너스 수익률 증권사가 5개(2월에는 없음), 평균수익률도 거의 12%가 떨어진 8.50%를 나타냈다(2월 20.59%). 코스닥종목에서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2월중에 추천했던 종목들이 수익률을 떠받쳤기 때문이다.
증권사별로는 2월 누적수익률에서 1위를 차지한 SK증권이 코스닥종목의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역시 전체 1위를 기록했고 장내·코스닥 공히 상위권을 기록한 대신·서울·동원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5위는 장내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동부증권에 돌아갔다.
그러나 합산수익률에서 전체의 반인 8개 증권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증권사 추천종목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락률 비교분석 : 부국증권 48객 종목 중 36개가 하락

전체 16개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을 분석한 결과 4개 증권사만이 하락종목보다 상승종목이 더 많았다. 2개 증권사는 상승과 하락종목수가 같았으며 나머지 10개 증권사는 하락종목수가 더 많은 어이없는 결과를 나타냈다.
장내종목의 경우 전체 증권사 평균하락률이 60.47%로 나타났다. 동부증권은 9개 추천종목 중 3개, 한진증권은 3개 중 1개 종목이 하락해 하락률 33.33%로 성적이 가장 나았다. 최하위인 부국증권은 48개 종목을 추천, 그중 36개 종목이 하락함으로써 무려 7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코스닥종목의 경우는 편차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이 하락률 31.58%(19개 추천종목 중 6개 하락)를 기록한 반면 굿모닝증권은 86.67%(15개중 13개가 하락)를 기록하여 증권사별로 심한 편차를 나타냈다.
추천종목 중 주가가 하락한 종목의 비율이 이처럼 높은데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증권사들이 일부 폭등종목을 계속적으로 추천종목에 반영시키면서 반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은 즉시 제외시켰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추천종목 발표할 때가 매도시점" : 속설 입증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50%가 넘는 하락률을 보인 증권사의 수가 더 많았다는 점에서 어려웠던 3월의 장세를 반영했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월간수익률이 누적수익률보다 저조한 것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추천종목의 특성상 수익률 산정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증권사가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 또한 코스닥의 폭등종목을 제외할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증권사는 더욱 늘어난다.
이런 사실은 추천종목을 제시하는 증권사들의 자세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더구나 추천종목의 하락률이 59.85%(전체 평균)에 달한다는 것은 시장에 떠도는 ‘증권사가 추천종목으로 제시할 때가 매도시점’이라는 말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확률적으로 보더라도 하락률이 50%보다 더 커져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결국 증권사가 제시하는 추천종목을 현시점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이는 증권사들이 고객을 대하는 구조적인 문제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추천종목을 발표해야 하니까, 또는 한번 발표하고 나면 그 이후의 주가추이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종목추천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증권사는 물론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오늘날의 추천종목 성적표에 대한 증권사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유기택 인베스트먼트코리아 분석팀장 / 월간 중앙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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