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고 뇌물은 2달러 지폐…'행운의 지폐'로 알려지며 중국 국경도시에 품귀현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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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러 지폐 [사진=중앙포토]

최근 북한과 인접한 중국 국경도시에 미화 2달러 지폐 열풍이 불고 있다.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가격도 5배나 뛰었다. 이런 품귀현상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무역일꾼들이 2달러 지폐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운의 지폐'라는 속설이 퍼지면서 북한 내 고위간부들이 2달러 지폐를 뇌물로 챙기려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평양의 화교 주모씨 등의 말을 인용해 "2달러 지폐를 소지하고 있으면 재수가 좋다는 소문이 북한전역에 퍼지면서 2달러 지폐를 구해달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주씨도 은행과 암달러상 등을 돌며 2달러 지폐를 구하려 했지만 손에 넣을 수 없어 아쉬워했다. 실제로 중국 선양이나 단둥, 옌지 등 국경도시에는 2달러 지폐를 구하려는 북한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달러 지폐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대부분 북한 내 간부들이다. 뇌물로 2달러 지폐를 받으면 상당히 좋아한다고 한다. 북한 주재원과 자주 교류하는 중국동포 김모씨는 "중국을 찾는 북한 간부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하면 입이 함지박만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주재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의 지갑에는 항상 빳빳한 2달러 지폐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팔면 한 장에 1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한국에서 2달러 지폐를 공수해가기도 한다. 단둥에서 한국 상품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북한 손님들을 위해 한국에서 2달러 지폐를 들여왔다"며 "단골손님에게 한 장씩 떼주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2달러 지폐는 행운의 지폐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상류사회'라는 영화에 프랭크 시나트라와 함께 출연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시나트라로부터 2달러 지폐를 선물받은 뒤 모나코의 왕비가 되자 이런 속설이 퍼져나갔다. 2달러 지폐는 1918, 1928, 1953, 1963, 1976, 1995, 2003년 등 7차례 발행됐다. 현재 유통되는 2달러 지폐는 대부분 2003년에 발행된 것들이다. 한국에서도 한 때 2달러 지폐 수집붐이 일었으나 어느 시중은행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시들해졌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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