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노현, 2억 중 1억 출처 밝힐 수 없다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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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이 수첩(왼쪽)과 ‘시편 35편’이 적힌 A4 용지(오른쪽)를 보는 모습이 목격됐다. 수첩에는 ‘사전합의/부정거래는 없는 것!’ 등 영장실질심사 준비 상황을 메모한 내용이 적혀 있다. A4 용지엔 ‘야훼여, 나를 고발하는 자를 고발하시고, 나를 치는 자들을 쳐주소서’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공상훈 검사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 중 자신이 마련했다는 1억원의 출처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검찰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지난 6일 검찰 조사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고 “2억원 중 1억원은 아내와 처형이 마련한 정상적인 자금이며, 나머지 1억원은 내가 마련했는데 출처는 밝힐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1억원에 불법적인 자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 측은 “돈을 빌려 준 사람이 신상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검찰 조사에서 말하지 않은 것뿐 돈을 불법적으로 마련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전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깍지를 낀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곽 교육감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8일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은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곽 교육감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공상훈(성남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곽 교육감 구속 시 서울 교육행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검찰과 법원을 오가는 것이 업무에 더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곽 교육감은 낙선됐어야 하지만 후보자 매수로 선거 민의(民意)를 왜곡해 당선됐다”며 “일반 공무원이라면 징계를 받아 직위를 잃었어야 하는 인물인데 왜 그 직위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공 검사는 또 “2억원은 대가성 없는 선의의 자금”이라는 곽 교육감 주장에 대해 “경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뒤 ‘나는 절도를 한 게 아니라 물건을 가져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금전 관련 선거사범 중에서도 후보자 매수행위가 가장 죄질이 나쁘고 형량도 무겁다”며 “이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영장을 한 건도 청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 측 변호인단도 맞대응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곽 교육감의 혐의 내용이 얼마나 중대한지 등을 언급하며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소명자료는 박 교수 진술과 계좌추적 자료, 통신사실 확인 자료가 전부일 정도로 허약하다”며 “곽 교육감은 도주할 까닭이 없고 검찰 수사에도 최대한 협조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 만큼 구속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에는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등 진보 성향 변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천주교 신자인 곽 교육감은 이날 구약성경 시편 35편 ‘다윗의 노래’가 적힌 A4용지를 들고 서울시의회에 출석했다. 곽 교육감이 “사전합의/부정거래는 없는 것!, 검찰의 언론 이용과 피의사실 공표 규탄, 당시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대비 要(요)!,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 준비(비공개), 증거인멸 시도? 컴퓨터 본체 없애기? 초기(대변인) 말 바꾸기? 차용증? 2억 출처?” 등의 글이 적힌 수첩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편 박 교수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박 교수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검찰에서 2억원의 대가성을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 검사는 “그렇다면 왜 박 교수가 ‘약속한 돈을 달라’고 계속 요구했겠느냐”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재판에서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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