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댓글 하나로 어려운 아이들 추석에 갈비찜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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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추석선물을 보내주세요.’ 대학생 이은지(24·경기 부천시)씨는 지난 주말 온라인 트위터 웹 사이트에서 친구 A의 트윗을 봤다. 추석을 맞아 CJ그룹의 사회공헌 사이트인 도너스캠프가 진행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부 캠페인이었다. 소셜 댓글이 3000개 이상 달리면 CJ가 전국 공부방 아이들 3000명에게 송편 등 명절음식을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친구 A의 말을 리트윗(RT·트윗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다시 전달하는 것)했다. 온라인 친구(팔로어) 150명에게 같은 내용이 전달됐다. 이씨에게 트윗을 보낸 A 역시 같은 내용을 지인으로부터 받고 리트윗을 한 거였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건 지난달 25일이다. 도너스캠프 홈페이지와 트위터 계정,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캠페인 마지막 날인 지난 4일까지 댓글 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3288명. 3000명을 가볍게 넘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어요. 그래서 당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000명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직접 배달하게 됐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 CJ도너스캠프 민선영 과장은 말했다. 소셜 댓글을 이용한 모르는 사람들의 성원으로 전국 241개 공부방의 7000여 아이들은 CJ가 1억원을 들여 제공한 맛있는 소갈비찜·잡채·송편을 먹게 된 것이다.

특정 기업(또는 단체·개인)의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소셜 댓글만 남기면 그 기업이 그 숫자에 따라 기부를 하는 온라인 기부 캠페인이 늘고 있다. 일종의‘댓글 기부’다. 기존의 온라인 기부와 달리 SNS를 이용한 소셜 댓글 기부의 특징은 한 사람이 기부 내용을 계정에 올리면 주변 지인들이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써 전달하는 리트윗은 큰 파급력 때문에 나눔을 빠르고 널리 알리는 데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공헌 이미지를 함께 키울 수 있는 홍보효과도 얻을 수 있다,

SKT은 지난달부터 ‘SK텔레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소셜 기부’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달 1명의 어려운 이웃을 선정해 자사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본 사람들이 응원 댓글을 남기거나, 캠페인 내용을 리트윗하면 그 횟수 만큼 금액으로 환산해 그 이웃에게 전달하는 똑같은 방식이다.

지난 달엔 근육병으로 고생하는 열세 살 승현이의 사연이 소개 됐다. 한달 동안 2만건이 넘는 리트윗과 댓글이 달렸다. SKT는 한 건 당 500원의 후원금을 승현이의 수술비로 내기로 했다. 승현이는 약 1000만원을 받게된 것이다.

개인 모금 캠페인 가능한 ‘누리통’도 등장

기업이 중심이 되어 하는 기부뿐 아니라 개인이 캠페인을 직접 등록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사이트도 생겼다.

“전에 다니던 직장이 종로구청 쪽에 있었는데 그 옆이 일본대사관이었거든요. 그때 할머님들이 매주 나오셔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회사원 구본석씨는 얼마 전 소셜 액션미디어 사이트 ‘누리통’에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개설했다. “생각은 있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어요. 직접 캠페인을 제안해서 후원금을 모으다 보니 좀 더 책임감이 생깁니다. 온라인이라 시간의 제약도 없고요.” 구씨는 캠페인이 종료되면 모인 후원금을 위안부 할머니들께 전달할 예정이다.

구씨의 나홀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 누리통은 새로운 형태의 나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다. 개인이나 단체가 후원 받고 싶은 내용을 캠페인으로 개설하면 사이트 내에 있는 온라인 벼룩시장에서 수익금 중 일부가 전달된다. 온라인 쇼핑몰과 온라인 기부를 합친 형태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상품을 사는 구매자들은 상품에 걸려 있는 캠페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또 기업이나 단체가 팔고 싶은 물건을 게시할 때는 수익금 후원비율을 선택하고, 후원금을 전달할 캠페인을 선택한다. 후원을 약정하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지 나눔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람사랑누리통의 김용옥 대표는 “누리통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5종 이상 개발 중”이라며 “좀더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눔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아공의 한 가족에게 집을 지어달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건 한민족복지재단의 이정민 팀장은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모금은 대부분 일부 특정 단체에 국한되지만 누리통에서는 제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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