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아버지’로 산 45년…사회로 내보낸 ‘자식’만 1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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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건강한 사람들과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게 풀잎마을의 운영 목적입니다. 장애인은 그저 몸이 불편할 뿐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선린복지재단 풀잎마을 임중기(75·사진) 원장은 1967년부터 45년간 ‘장애인의 아버지’였다. 그를 거쳐 사회에 진출한 장애인만 100여 명에 이른다.

 그가 이 분야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친구 때문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친구는 원생에게 갈 물품을 빼돌리는 원장의 비리를 얘기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처럼 가난한 농촌마을을 살리고 싶던 30대 초반 젊은이가 새 꿈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임 원장은 그 고아원에 교육간사로 참여해 폐쇄 직전의 시설을 살려냈다. 그곳은 78년 장애인을 위한 ‘홍익재활원’으로 바뀌었다.

 “장애인을 수용만 하는 시설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료 재활시설을 갖추고 생활보호·교육재활·직업재활 등 원 스톱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경남 유일의 장애인 종합 재활시설로 자리 잡은 홍익재활원은 ‘전국 장애인 순회 진료’도 시작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작업치료사·물리치료사 등이 강원도·제주도까지 다녔다. 80년부터 98년까지 7500여 명의 소아마비 장애인들이 정형외과 무료진료를 받았다. 89년부터는 뇌성마비 장애인 3만9000여 명이 무료진료 혜택을 봤다.

 ‘홍익재활원’은 8년 전 장애인시설 느낌이 나지 않도록 ‘풀잎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초에는 ‘체험 홈’도 마련했다. 아파트 두 채를 빌려 엘리베이터 혼자 타는 법 등을 가르쳤다.

 보건복지부는 7일 ‘제12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임 원장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는 등 사회복지 분야 유공자 126명에게 훈·포장 등을 수여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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