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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강 “으르렁대는 중국 외교 … 오만 아닌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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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중앙글로벌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고촉통 싱가포르 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이 공동으로 4~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중앙글로벌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두 명을 기자가 만났다. 데이비드 강 미국 남가주대 한국학연구소장, 빅터 차(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 조지타운대 교수로부터 북한 이슈 등 동북아 정세를 들었다.

데이비드 강

데이비드 강 미 남가주대 한국학연구소장은 “북한과 지금 시점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 워싱턴 측은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이는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에서 미국은 진정성을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중앙글로벌포럼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새로운 아시아’란 주제의 발표를 했다. 데이비드 강은 “중국의 최근 외교 행보에 대해 ‘오만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중국 스스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나를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으르렁거리는 외교(snarl diplomacy)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7월 말 발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남북회동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방미 이후 북·미 대화 전망은.

 “솔직히 밝지 않다. 워싱턴 관리들과 얘기해보면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이 크다. 발리 ARF에서 서로들 웃었지만 마음속으론 불신이 여전한 거다. 미국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난해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 있었고 내년엔 한국과 미국 모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워싱턴은 지금까지 전략적 인내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쉽게 말해 ‘현상 유지’다. 이런 와중에 그 입장을 바꿀 여력도, 이유도 없다.”

 -남북 정상회담은 조만간 가능하다고 보나.

 “여러 움직임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어렵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미덕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해오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

 -중국의 부상을 평가하면.

 “중국이 강대국으로 새롭게 부상(rise)했다기보다 예전의 강대국 지위로 ‘회귀(return)’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문제는 중국이 지금 경제대국일지는 몰라도 세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력은 인정하지만 중국의 가치가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존경을 얻고 있지는 않다. ”

글=전수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중앙글로벌포럼=세계 주요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 1996년 시작한 ‘아시아 프레스 포럼’이 모태다. 2007년 10회를 맞으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글로벌 이슈를 다루기 위해 중앙글로벌포럼으로 확대됐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현장감 있는 논의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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