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동생, 강경선에게 차용증 … 돈 준 과정 숨기려 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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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를 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귀가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6일 오후 다시 검찰에 출석해 재조사를 받았다. [김태성 기자]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 뒷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가 곽 교육감에게서 2억원을 받은 뒤 박 교수 동생과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의 이름으로 작성한 차용증 12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곽 교육감 측이 2억원의 거래를 곽 교육감 측근인 강 교수가 박 교수 동생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위장하려 한 증거라고 보고 7일 곽 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 교수 동생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같은 차용증들을 확보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 제공자가 곽 교육감이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강 교수와 박 교수 동생을 내세워 차용증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차용증이 “대가성 없이 선의로 돈을 줬다”는 곽 교육감 측 주장과 배치되는 만큼 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곽 교육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2억원의 대가성과 관련된 문서가 삭제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흔적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6일 오후 재소환한 곽 교육감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 대상이었던 박 교수에게 준 2억원 가운데 불법적인 자금이 포함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곽 교육감은 “아내와 처형,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마련한 정상적인 자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수사팀도 곽 교육감을 추궁해서 진실을 듣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무슨 의미인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겠다는 취지일 뿐이라는 말이다. 곽 교육감 측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그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할 것인지 이미 다 알 수 있다.”

 -이미 다 알 수 있다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줬다면 칭찬받을 일인데 왜 자신이 직접 주지 않고, 누가 알까봐 겁내면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줬을까. 차용증을 만들었다는 것 역시 우리가 정치자금법이나 뇌물 사건 수사에서 숱하게 봐온 불법 자금거래 은닉 수법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공상훈 직무대리 검사(성남지청장)는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곽 교육감의 혐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곽 교육감 측이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지금까지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던 곽 교육감은 검찰 출석 이후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곽 교육감은 검찰에서 “조사를 잘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검사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에 대비해 적극 대응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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