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주’‘박원순주’ … 정치 테마주 거품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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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 증시엔 벌써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안철수주’ ‘박원순주’ 등 각종 정치 테마주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정치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듯한 종목은 실적과 상관없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가 잇따라 경보음을 울릴 정도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손학규·정몽준·문재인 관련 주뿐만 그런 건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안철수·박원순 테마주까지 후보 한 명당 수십 개의 관련종목이 거론된다. 그만큼 국내 증시가 작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는 허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요즘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는 ‘안철수주’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안철수연구소는 무려 사흘 동안 3만4650원에서 4만7900만원으로 38% 급등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2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더니 다음 거래일인 5일에도 다시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애널리스트가 예상하는 적정주가 2만5000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안 원장이 지분 37.15%를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만 뜬 게 아니다. 5일까지만 해도 안 원장 또는 그와 친분이 있는 인사와 관련 있는 종목은 어김없이 급등했다. 하지만 6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철수연구소를 제외하고는 급등하던 관련주가 일제히 고꾸라졌다. 마치 이날 오후 4시 단일화 발표 내용을 훤히 내다본 듯했다.

 안철수연구소와 공동으로 보안사업을 하기로 한 클루넷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6일 12.81% 급락했다.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는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는 KT뮤직은 5일 상한가에 올랐다가 6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급등에서 급락으로 분위기가 바뀐 ‘안철수주’와 달리 ‘박원순주’는 6일 급등세를 보였다. 풀무원홀딩스는 이날 전날보다 5400원(14.98%) 오른 4만14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2.04% 하락했던 풀무원홀딩스는 이날 장 중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안철수 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것이라는 소식에 급등했다. 박 이사는 풀무원홀딩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 관련 테마주가 나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며 “실적과 상관없이 과도하게 오르는 종목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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