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호동 탈세와 연예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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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예인 강호동씨를 보지 않고 단 하루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게 요즘 TV의 현실이다. 그는 KBS ‘1박2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강심장’과 ‘스타킹’을 통해 지상파 3사에 모두 출연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을 간판 예능으로 이끌고 있는 강씨는 회당 1000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다. 출연료 외에 광고 등 기타 수입까지 합하면 연간 수입만 수십억원대라고 한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란 비유가 무색하지 않다.

 강씨는 ‘국민MC’라는 애칭까지 얻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다. 국민은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웃고 운다. 그의 인기와 영향력은 일반인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단순한 연예인이라기보다 공인(公人)의 지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요구받는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하고 자선재단을 만드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온 행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강씨가 교통비 등 경비를 부풀리고 소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탈세했다가 수억원을 추징당했다는 소식은 실망스럽다. 단 한 푼의 세금도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는 많은 국민은 배신감마저 느낀다. 여배우 김아중씨도 강씨와 비슷한 이유로 약 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연예계에 탈세가 관행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얼마 전 프랑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 화제가 됐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자신의 세금이 회사 부하 직원보다 적다며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제안했다.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계층”이라는 게 이유였다. 납세(納稅)를 통해 부(富)의 분배와 나눔을 실현함으로써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철학을 읽게 한다.

 연예인에게 돈은 혼자 잘나서 번 게 아니다. 대중의 사랑이란 거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번 돈에서 세금을 내고 사회와 나누라는 게 공동체의 약속이다. 세금 몇 푼 덜 내겠다고 꼼수를 쓰면 국민에게서 버림받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