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B처럼 운영 … 편의점 택배 10년 새 80배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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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안길원 CVSnet 대표가 ‘포스트박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포스트박스는 CVSnet이 개발한 편의점 택배 서비스용 장비다. 2009년 6월 선보인 이 제품은 전국 9600개 편의점에서 쓰고 있다.


‘편의점 택배’는 편의점에서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다. ‘씨브이에스넷’(CVSnet)이란 중소기업이 만들었다. 이 회사는 편의점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개발한다. 안길원(54) CVSnet 대표는 “남들은 우리 보고 택배 회사인지, 이벤트 회사인지, 광고 회사인지 도무지 정체를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CVSnet은 2001년 3월 편의점 업체인 훼미리마트·LG25(현 GS25)·바이더웨이 3개 사가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

안 대표는 “지금은 편의점이 총 1만9000개쯤 되지만 당시만 해도 3000여 개에 불과해 독자적으로 무엇을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뭉쳐야 산다’는 공감대 덕분에 생긴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뭉쳐 만든 CVSnet의 첫 작품이 그해 5월 선보인 편의점 택배다. 편의점을 택배 서비스 거점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첫 3년간은 물류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적자를 냈다.

이용객도 첫해엔 6만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한’ 서비스가 됐다. 안 대표는 “지난해 이용객이 450만 명으로 불었다”며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를 수 있는 편의점의 특성을 100% 살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6월엔 편의점용 ‘포스트박스’ 장비를 개발했다. 택배를 이 장비에 올려 놓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잰다. 터치스크린에 주소를 넣으면 송장을 출력한다. 손으로 송장을 직접 써야 했던 불편을 덜기 위해 개발한 장비다. 출납하느라 바쁜 편의점 직원의 일손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 대표는 “은행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행원 역할을 대신하는 걸 보고 착안했다”며 “실수가 많이 줄어 택배 서비스가 정확해 졌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포스트박스를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콘텐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포스트박스에서 인근 상점 할인쿠폰을 발행하거나 지역 광고를 내보낸다. 안 대표는 “현재 전국 9600개 점포에 포스트박스를 달았다”며 “거점에 하드웨어를 달았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만 채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직원 20여 명이 대형 편의점 업체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 서비스를 선보인 비결은 뭘까. 안 대표는 ‘유연함’을 첫째로 꼽았다. 안 대표는 “사안마다 수시로 4~5개 TF를 꾸려 운영한다”며 “나부터 청바지를 입고 출퇴근하는 등 조직을 안팎으로 유연하게 이끌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포스트박스(postbox)=CVSnet에서 개발한 편의점 택배용 장비. 터치스크린에 주소를 입력하면 무게를 달아 자동으로 송장을 출력한다. 무게와 수취지역 기준으로 운임을 자동 책정한다. 평일 오후 6시까지 접수하면 다음 날 전국으로 배송한다. 편의점 인근 점포의 할인쿠폰도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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