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인력난 탓 말고 해외 문호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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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54·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홍익대 교수로 9일 복귀한다. 방 원장은 미국 듀크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법학자다. 그가 처음 KISDI 원장으로 취임한다 했을 때 적잖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한 이유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그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첫 직장이 KISDI였고, 학계에 몸담은 뒤에도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장,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냈다. 미디어법 전문가로서 KBS 이사로도 활동한다. 통신·방송 융합에 대한 정책 연구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력이다.

 1일 서울 태평로2가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그는 “현상을 나열하기보다 대안을 내놓고, 민간을 이끌려하기보다 뒤를 잘 받쳐 주려 노력했다”고 퇴임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외국 정부들을 ‘IT 친한파’로 만들고자 출장을 꽤 많이 다녔다. 나가 보면 왜 유럽 기업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 IT산업을 따라잡을 수 없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유럽에선 부르카나 터번 같은 이슬람 복식의 착용을 막는 법이 생겨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누가 어떤 복장을 하고 무엇을 먹든 관여하지 않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는 다문화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방 원장은 “우리나라 IT업계의 폐쇄성도 만만치 않다”며 “정부·기업 모두 우수한 소프트웨어(SW) 인력이 없다며 난리인데 그걸 꼭 한국 내에서 찾아야 하나. 글로벌 인재들에 파격적인 문호 개방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법학 전공자로서 세계적 규모의 IT 정책 연구소를 이끌었다.

 “요즘 통신·방송 영역에서 법학의 가치와 효용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부터 저작권 이슈, 공정 경쟁, 소비자 보호까지 새 규범을 만들고 질서를 잡아야 할 새 분야가 너무 많다. IT 분야에선 특히 여론에 밀려 법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적절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KISDI의 역할이다.”

 -취임 초기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가 오늘의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두 토대가 바로 IT와 제조업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이 새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 높은 글로벌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원격 진료, e러닝, U시티(유비쿼터스 도시)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런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하는 데 보탬이 되려 노력했다.”

 -해외 교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가 핵심 기능과 정보를 다루는 일을 아무 나라, 아무 회사에나 맡길 순 없지 않나. 몽골·베트남 등 27개 개발도상국의 IT정책 자문에 응하고, 국내 연구 역량을 담은 영문 저널(Communications & Convergence Review)을 창간한 것도 우리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나리 기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1985년 설립 이후 국내외 IT 분야의 정책과 제도·산업을 연구해 온 대표적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최근 들어선 120여 명의 연구원이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걸맞은 정책과 산업 발굴에 특히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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