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너무 올라 9K 제품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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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4만2175원’.

 5일 현재 금 한 돈(3.75g) 시세다.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다락같이 오른 금값에 굴하지 않고 분투하는 귀금속 업체 대표가 있다. 노민규(34·사진) 미니골드 사장이다. 귀금속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도 미니골드는 지난해 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300억원)에 비해 13% 오른 수치다. 시장 점유율 33%를 차지해 국내 최대 패션 주얼리 업체 자리를 지켰다. 노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천 년 동안 계속된 여성들의 귀금속 사랑은 영원하다”며 “금값 고공 행진 시대에 걸맞은 틈새 마케팅 전략으로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미니골드는 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다양한 틈새 마케팅 전략을 쏟아냈다. 금값이 오른 데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돈 일색이던 돌반지를 1~3g짜리로 다양화했고, 정식 인증받은 3부 이상 다이아몬드 대신 3부 이하 ‘멜리’ 다이아몬드 제품도 출시했다. 14K·18K 제품이 아닌 9K(금 함량 37.5%) 제품도 내놨다. 노 사장은 “(금값이 오른다고 해도) 귀금속 소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아예 안 살 수는 없다”며 “떨어지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매출을 반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친 노희옥(59) 회장을 잇는 2세 경영자다. 2001년 경영에 참여해 올 초 사장에 올랐다. 노 사장은 “20대 초반 종로 귀금속상에서 물건을 떼 오는 밑바닥 일부터 시작했다”며 “대학 시절 만화가를 꿈꿨던 경력을 살려 디자인 개발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빠르게 바뀌는 젊은 여성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선 재료나 세공 기술보다 디자인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엔 디자인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15억원을 투자했다”며 “중소 귀금속 업체로선 쉽지 않은 투자였다”고 말했다. 직원 83명 중 디자인 인력만 20명. 그는 “미니골드 디자이너들은 매년 미국·홍콩·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해외 주얼리 박람회에 4~5차례 다녀온다”며 “보는 눈을 틔워주기 위해 해외 출장 비용만큼은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올 10월에는 10~20대 여성을 위해 저렴하고 친숙한 주얼리 브랜드 ‘TYL’(Trend Young Lady)을 선보일 것”이라며 “향후엔 ‘티파니’나 ‘스와로브스키’ 같은 고급 주얼리 브랜드도 개발해 한국 최초의 주얼리 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번쩍번쩍한 금붙이 사이에서 일하는 그에게 금 투자는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합니다. 금값이 오르면 내 재산은 불겠지만, 회사는 어려워질 것 아닙니까. 사장이 두 맘 먹으면 안 되죠.”

글=김기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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