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폰, 로봇 공기청정기, 웰빙 정수기 … 눈길 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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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홍준기 사장

전기분해 살균 기술을 적용한 정수기, 갈지 않고 짜서 즙을 내는 주스 제조기,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스마트폰…. 국내 중견·중소 전자업체들은 이색 아이디어로 유럽 틈새시장을 노렸다.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 장에는 웅진코웨이·휴롬·모뉴엘 등 국내 중견·중소업체 50여 곳의 부스가 관람객을 맞았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중동 등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였다.

 웅진코웨이는 유럽에 불고 있는 위생·건강에 대한 관심을 타깃으로 삼았다. 올해는 456㎡ 크기 부스에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주서기·청소기 등 5개 종류 40여 개 제품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받은 제품은 세계 처음으로 전기분해 살균 기술을 적용한 ‘자가살균 정수기’와 살균 가습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 등이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수퍼박테리아 출현 등으로 유럽에서 웰빙 가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유럽을 적극 공략해 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모뉴엘은 로봇 제품군과 미용 가습기 등 이색적인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냄새가 나는 곳을 감지해 스스로 이동해 공기를 청정하는 로봇 공기청정기가 눈길을 끌었다. 녹즙기 전문업체인 휴롬은 현장에서 만든 음료의 시음행사를 열어 인기였다. 최근 영국 해러즈 백화점에 입점한 휴롬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영국·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올해 처음 IFA에 참가한 KT는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로 변신하는 ‘스파이더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KT 전시장은 약 100㎡ 규모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IT 파워 블로거들이 먼저 발견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KT가 처음 공개한 스마트폰 ‘스파이더폰’을 보기 위해 프로슈머(전문가급 소비자)들이 줄을 이었다. 스파이더폰을 태블릿PC나 노트북·게임기에 결합하면 다양한 스크린을 가진 하드웨어로 변신한다. 스마트폰 기능을 해당 기기로 확장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결합하는 외부 기기들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 메모리가 필요 없는 단순한 기기라는 것이 특징이다. 스파이더폰이 메인 CPU 역할을 하고, 연결하는 기기들은 껍데기만 있는, 일명 ‘더미’ 제품들이다. 이 때문에 큰돈 들이지 않고 태블릿PC와 노트북, 게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현지 블로거 사이트에는 “들어보지 못한 회사가 슬그머니 IFA에 와서 폭탄을 터뜨렸다. 가장 혁신적인 컨셉트의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도 올라왔다.

베를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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