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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빠른 ‘신종 비아그라’ 곧 만들어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발매되기 시작한 국내 신약1호 선플라와 관련된 얘기부터 듣고 싶다. 실제 병원에서 얼마나 쓰이고 있고,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까지 전세계에서 개발된 항암제는 60여종에 이르고 이 중 30여 가지가 대중적으로 쓰인다. 선플라는 헵타플라틴을 성분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제로 1·2세대인 시스플라틴과 카보플라틴에 이은 제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다. 강점은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이면서도 독성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시판허가를 받은 뒤 9월부터 환자에게 투여되기 시작했다. 효과는 환자에게 3∼4사이클을 적용해 본 뒤 알 수 있지만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항암 유효율 34% 이상은 충분히 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께면 리포트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다.

구역·구토와 같은 증상이 크게 줄었고, 손·발끝 등에 약이 축적되는 현상, 그리고 백·적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과 같은 골수 독성이 적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현재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선플라의 항암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여시간과 투여량에 대한 치료효과를 파악하는 것이다. 항암제는 투여시간과 투여량에 따라 항암효과와 부작용에 큰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가 정부로부터 받은 허가내용은 1시간에 일정량을 투여하는 것인데 이를 24시간으로 늘리면 치료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더욱 줄일 수 있다.

또 항암치료는 일반적으로 2∼4종류의 약을 함께 처방하는 콤비네이션 요법을 쓰기 때문에 다른 약과 병행해 효과를 보는 임상시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올 6월 시행되는 임상시험은 선플라와 플루오로유라실을 복합해 사용하는 것으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백금착체 항암제 시장은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각각 25억원씩 50억원 정도이며, 현재 선플라는 월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항암제는 그 특성상 병원에서 투약되기까지는 약사심의위원회 심사, 단가계약 등 행정절차가 필요하며,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선플라는 목표 병원의 약 3분의 1 정도에 납품 절차가 완료되었고 계속 병원수를 늘려가고 있어 금년중 약 3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며, 현재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외과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고, 간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에 적용을 확대하면 내년부터는 연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최근 SK연구소는 새로 개발한 관절염 치료제에 대해 3상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망은 어떤가.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에는 특별한 약이 없어 진통소염제를 장기복용해야 했다. 때문에 치료는 되지 않으면서 위장만 망가진다는 환자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가 개발한 관절염 치료물질인 ‘SK1306X’는 하고초·위령산·괄루근 등 3가지 약재에서 추출한 생약물질이다. 진통·소염은 물론 관절 재생·면역항진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이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대 의대 동대문 병원, 중앙대 의대 용산병원 등에서 임상시험을 했는데 기대보다 의사들의 평판이 좋았다. 4주 연속 복용했는데도 위출혈·간장장애가 전혀 없었고, 94%에 달하는 높은 치료효과를 보인 것이다.

현재 서울대·강남성모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임상 중이며 7월이면 결과가 나온다.

연구의 관건은 관절 연골의 재생효과다. 수의과대학에서 개의 연골을 파괴한 뒤 약물을 투여했는데 재생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모든 임상이 끝나며, 2001년 1월이 출시 목표 시기다. 앞으로 이 관절염 치료물질을 가지고 미국 건강식품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전세계 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3백억 달러에 달한다.”

그밖에도 몇 가지의 유력한 신약 후보물질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공개할 수 있는 것으로는 발기부전 치료물질과 당뇨치료 물질이다. 전자는 비아그라 유도체로 올해 전임상이 끝나고 내년에 외국에서 임상에 들어간다.

비아그라의 단점인 느린 체내 흡수, 전신적인 약물 영향, 심장에 대한 부담 등의 부작용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당뇨치료제는 현재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그 첫째는 지난해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물질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외국에 자생하는 새로운 버섯에서 추출한 것으로 혈당치를 내려주면서, 면역력을 증강시켜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에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이를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당뇨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약의 안전성이 중요하다. 이들 약은 이러한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SK연구소는 연구비 투자규모나 연구인력면에서 주요 제약회사 연구소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 전략은

“SK는 기본적으로 섬유회사다. 그동안 경영진의 생명공학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러한 경영 마인드는 선플라가 나온 뒤 바뀌었다. SK그룹의 성장전략은 석유에서 정보통신으로, 그리고 이제 생명공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올해 박사급 인력 17명을 포함, 4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우수 인력확보를 위해 사이언스지에 광고를 냈다. 올 연구비는 지난해 40억여원에서 두 배 이상 늘린 1백억원을 투입한다. 또 연구원들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과감한 보상을 하는 등 연구분위기를 활성화하고, R&D 효율화를 위해 연구개발 기획실을 신설했다. 선플라에서 보여 줬던 저력을 발휘해 현재 30년이나 되는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5년 내에 7년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연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학·연, 그리고 벤처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연구소가 많다.

“총 연구비 중 30억원은 제노믹스 및 생물의약품사업 등의 생물공학 관련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 비즈니스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망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해 연구효율 극대화를 지향하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벤처분야는 코스닥은 물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그 가치를 극대화시킬 것이다. 산·학·연 공동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포항공대와 함께 진행하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와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와의 천연물을 활용한 신상품 개발을 위한 협력이 있다.

국제적인 교류로는 중국 선양(瀋陽) 약대와의 협력을 꼽을 수 있다. 생약을 활용한 감기치료제와 미백·주름제거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내 기능성 화장품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베이징과 상하이 약물연구소와 정기적인 미팅도 벌일 예정이다.”

미국 뉴저지주에 설립된 주식회사 SK의 의약개발센터에선 어떤 연구들을 하나.

“지금까지 주요 성과로는 제4세대 우울증치료제 및 간질치료제를 개발해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이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간질치료제, 약물중독치료제 등의 후속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의약개발센터는 중추신경계 분야의 의약개발 전문 연구소로 위상을 강화할 것이다.”

SK는 패치용 트라스트 개발로 피부를 통한 약물전달시스템(DDS)에 경쟁력을 갖춰 왔다. DDS를 이용한 새로운 약들을 기대해도 되겠는가.

“트라스트는 경피투여시스템(TDS)을 이용한 것이다. 그동안 축적된 경피투여시스템 관련 노하우를 활용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물 및 진통제의 신규 제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여하튼 모든 약을 패치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어 방출형 제제 등 새로운 약의 개발을 위해서도 매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의 비전을 밝혀 달라.

“유전자시대를 겨냥해 게놈프로젝트를 이용한 신약개발사업인 제노믹스 사업,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생물의약품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국내 신약 1호를 탄생시킨 저력을 바탕으로 21세기에는 적어도 매년 한 개 이상의 세계적인 신약을 창출하는 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 이를 위해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을 효율화시키고, 세계화·국제화에 대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운영 기법을 쇄신해 나가겠다.”

다른 연구소에 비해 비교적 적은 연구인력과 연구비를 가지고 국내 신약 1호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효율적인 연구를 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SK그룹 고유의 경영 수단인 SKMS와 SUPEX추구법을 활용한 연구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 즉 Super excellent한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KFS(Key Factor for Success)를 도출하고 각 KFS에 대한 장애요인을 파악화고 그 해결방안들을 찾아 나가는 경영수단을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는 국내외의 연구기관들을 십분 활용하는 산·학·연 공동연구가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국내외의 최고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온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고 경영진의 신뢰와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연구에 매진한 점도 큰 성공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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