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분할의 파급효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법무부는 25일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인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법 위반 재판과 관련한 제재방안을 백악관 법률 및 경제 참모진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백악관이 재판이 진행중인 반독점 소송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공식보고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번 MS 관련 판결 및 그 후속조치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컴퓨터 산업 및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법무부 제재방안

원고측인 미 법무부와 19개 주 정부는 오는 28일까지 MS에 대한 제재방안을,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 언론들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법무부가법원에 제출할 제재안의 핵심은 MS를 2-3개 회사로 강제분할하는 것이다.

2개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은 컴퓨터 운영체제(OS)를 개발·판매하는 회사와 워드프로세서 및 엑셀 스프레드시트 등의 응용 프로그램 등을 묶은 소프트웨어 장치인오피스의 판매회사로 나누는 것이다.

3개사 분할방안은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와 MS 네트워크망, MS키보드 등을 관장하는 소비자사업 부문도 별도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쪽 방안이든 목표는 MS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법무부 제재방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소비자사업 부문을 오피스 사업부문과 합쳐 2개사로 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MS 반응과 대응

MS측은 24일 법무부의 강제분할 추진설이 보도되자 너무 지나친 처사로, 업계와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짐 컬리넌 MS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나 재판기록을 볼 때 그런 과격하고 극단적인 정부의 시정조치를 정당화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소비자, 업계 전반에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다음 달 10일까지 자사 입장을 정리한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야 하며 MS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린 미 연방 지방법원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다음 달 24일 공판을 열어 원고측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와는 별도로 MS는 지난 4일 연방지법 잭슨 판사가 독점거래법 위반을 판결하자 이에 불복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판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잭슨판사의 판결에 따라 잠정적인 조치들은 취해지게 된다.

법부부 제재안의 채택 전망

법무부가 계획중인 분사방안은 MS가 윈도뿐 아니라 윈도와 오피스 등의 자사 상품들을 한데 묶어 시장을 장악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윈도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 체제 시장의 85%를, 오피스는 응용 소프트웨어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재판 초기에는 윈도의 독점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으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MS가자사 상품 즉, 윈도와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연계해 독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MS 재판과정에서 당초에는 단순한 분사방안 만이 아니라 윈도의 프로그램 코드를 다른 운영체제 업체들에게도 공개해 신속하게 경쟁체제를 만드는 더 강력한 제제방안도 함께 거론됐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3억대의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윈도 운영체제를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할 위험이 있다고 많은 경제학자와 투자가,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 모두 우려했다.

3종류의 PC OS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소비자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MS를 분사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잭슨 판사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 결국 법부무의 제재안 쪽에 손을 들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MS 분할에 따른 효과와 전망

전문가들은 대체로 어떤 식으로 분할되든 간에 MS의 시장 독점력이 약해지고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빗 요피 교수는 "법무부의 조치는 윈도와 오피스 두독점 상품이 현재 한 회사 제품으로서 누리고 있는 이익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MS와 인텔 간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긴장어린 이중구조 이상의 건전한 변화가 이뤄질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PC를 가동시키는 칩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MS도 이와 거의 같은 비슷한 양상으로 PC의 기본 운영체제 시장을 각각 독점하고 있다.

현재 양사는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의 경쟁자들을 육성하는데 관심을갖고 있다. 예컨대 인텔은 칩 시장이 가능하면 확대되기를 희망, 윈도의 경쟁자이자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리눅스 체제 제품 개발 업체들에 투자해오고 있다.

MS의 오피스 사업부문이 윈도와 별도의 회사가 되면 오피스 사업 경영진들은 인텔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양수겹장 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MS는 리눅스용 오피스는 만들고 있지 않지만 독립한 오피스 사업 회사는 그렇게 하는것이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서치 업체인 IDC의 댄 쿠스네츠키는 현재 1천200만명인 리눅스 사용자중 200만 명이 리눅스용 오피스를 구입할 경우 금액이 약 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또 윈도와 오피스 간의 연계가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바탕에 깔린 운영체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신경쓰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양사가 분할될 경우 그동안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주 불만을 제기해왔던 문제 하나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는 그동안 자사의 응용프로그램들을 윈도 내부에서 더 잘 작동되도록 함으로써 다른 업체들의 시장접근을 방해해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분사된 회사들의 영업전망

2개든 3개든 MS에서 분사된 회사들도 여전히 거대하고 수익성 높은 회사로 남을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6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윈도 사업부문은 95억달러, 오피스 사업은 105억달러, 기타 소비자부문도 3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모건 스탠리는 전망한다.

세금과 기타 비용을 공제하기 전의 이익 총액은 윈도는 95%, 응용사업 부분은 80%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MS가 분할되면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24일 MS 주가는 회사 분할설의 여파에다 MS의 수익률 저하, 월가 분석가들의 하향 평가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나스닥에서 12.3125달러(15.59%)가 급락한 66.625달러로 장을 마감, 지난 87년 10월 이래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때 120억달러에 육박했던 주가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지난해 12월말 6천240억 달러에 달했던 MS의 시가 총액은 불과 4개월 사이에 2천810억달러(312조원)나 줄어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1914년의 스탠다드 오일, 84년의 AT&T 분할시 분사된 회사들의 주가 총액이 당초 단일 회사 주가총액보다 더 많아지는데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있어 주가 추이는 일단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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