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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된 일본영화들

중앙일보

입력

4월28일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엔 어떤 화제작들이 관객에게 놀라움과 행복감을 안겨줄까. 이번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는 일본영화들은 비중있는 작품이 많다. 감독들도 일본의 신진세대로 떠오르는 주목할만한 연출자들이다. 그 중에서 주목할만한 영화 몇편을 추려본다.

일단, 미츠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 무라카미 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오야마라는 한 영화 프로듀서는 아내를 잃고 아들과 쓸쓸하게 살아간다. 생의 의욕도, 별다른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한 친구가 그에게 제안을 던진다. 오디션을 거쳐 마음에 드는 여성을 직접 고르라는 것. 아오야마는 아사미라는 여성을 선택하고 정열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그런데 방심은 금물. 영화 중반 이후부터 〈오디션〉은 갑자기 공포스런 스릴러물로 전환된다.

사실 무라카미 류의 원작 소설은 그다지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구조도 기승전결의 단순한 구성이며 긴박함이 잘 배어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영화 〈오디션〉은 다르다. 미츠이케 다카시 감독은 한 중년남자의 시선으로 '공포'의 근원을 헤집고 들어간다. 영화는 아오야마라는 남성이 아사미라는 여성에게 무차별한 폭력의 대상이 되는 중반 이후부터 압권이다. 아사미는 심지어 이 남자의 발을 절단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일을 서슴지 않는다. 영화를 보노라면 저절로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배어날 정도다.

〈오디션〉은 원작소설의 단순한 구조를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비틀고 해체한다. 아사미라는 인물은, 아오야마라는 중년의 시선을 통해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성에서 잔혹한 악녀까지 자유롭게 변형된다. 이 영화는 〈일본흑사회〉 등의 액션과 스릴러물을 통해 일본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미츠이케 다카시 감독의 'B급 영화'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작이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공개한다. 야구치 시노부? 어쩐지 낯익은 이름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만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짐작이 갈 것이다. 국내의 모 만화잡지에 연재되고 있는〈플리즈 플리즈미〉라는 만화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비밀의 화원〉이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직접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영화감독을 겸하면서 만화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 탓인지 야구치 감독의 영화는 재기발랄하고 만화적 상상력을 노출한다. 영화가 '엔터테인먼트'임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할까?

이번에 들고온 영화는 〈원피스 프로젝트〉와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원피스 프로젝트〉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스즈키 다구치 감독과 공동으로 만든 아담한 소품이다. 비디오 카메라로 작업한 14편의 단편이 담겨있는데 별다른 줄거리 없이,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사람으로 둔갑해 주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원피스 프로젝트〉가 비상업영화라면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는 전형적인 코미디영화. 스즈키라는 조금 덜 떨어진 남자가 우연히 야쿠자들의 돈가방을 입수하고 간호사 시즈코와 함께 도주를 벌이는 황당한 줄거리다. 이미 〈비밀의 화원〉을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만화적 상황, 대사를 통해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비법을 숨김없이 파악하고 있다.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역시 일본에선 야구치 시노부라는 영화감독 겸 만화 스토리 작가의 '이름'에 힘입어 상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M/Other〉와 사부의 〈먼데이〉, 나가사키 순이치의 〈사국〉 등이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한다. (미츠이케 다카시, 사부를 비롯한 일본감독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후 따로 하기로 하겠다) 이 영화들을 통해 이웃나라 일본으로 가는, 짧지만 인상깊은 여행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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