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구육상대회 한국 육상 발전 밑거름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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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어제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 이번 대회는 스타 선수들의 실격·부진이란 이변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도전의 드라마로 손색이 없었다. 한국 국민에겐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경기를 안방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색다른 기회였다. 육상은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소중하고 감동스러운 경험이기도 했다. 육상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이 육상 경기에 새롭게 눈뜨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대회에선 신기록이 기대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대회 의미가 퇴색하는 건 아니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감동스러운 장면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에 전 세계인이 박수치고 환호했던 지구촌 축제였다. 무엇보다 막강한 우승 후보들이나 이전 챔피언들이 대거 추락하고 새로운 육상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박진감이 넘쳤다.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의 역주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회 초반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대구 시민들의 열성적인 관심과 참여로 큰 차질 없이 대회가 마무리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한국팀의 초라한 경기 성적은 마음에 걸린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한 채 높은 세계의 벽만 새삼 실감해야 했다. 10개 종목에서 톱10 선수를 배출하겠다는 ‘10-10’ 목표를 내걸었지만 고작 두어 명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 안방에서 잔치를 열면서 체면치레도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한국 육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점검하는 게 지금 육상계가 해야 할 급선무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등 장기적인 육상 발전 전략을 꼼꼼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의 체격만 커지고 체력은 한참 떨어지게 만든 허술한 학교체육부터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육상의 저변을 넓히고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 될 때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가 진정한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