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편견 떨쳐낸 역주 … 한국 대표팀 못 오른 시상대에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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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남자 400m에서 나란히 2, 3위를 차지한 유병훈(왼쪽)과 정동호.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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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가 아닌 세 바퀴로 달렸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쉼 없이 팔을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항상 소외된 곳에서 그들만의 레이스를 펼쳤지만 이날은 달랐다. 휠체어 육상 선수들은 달구벌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유병훈(39)과 정동호(36·삼성카드)는 한국 육상 대표팀이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대신 이뤄냈다.

유병훈은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특별종목으로 치러진 남자 휠체어 400m T53에서 50초69로 은메달을 따냈다. 공식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정동호도 50초76을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나이 마흔인 유병훈에게 이번 메달은 각별하다. 유병훈은 지난 1월 어깨 수술을 받고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기도 이천장애인 체육종합훈련원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조금이라도 훈련을 더 하기 위해 집을 아예 이천 근처의 곤지암으로 옮겼다.

그는 네 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게 됐다. 그러나 자신의 불운을 탓하기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휠체어 농구에서 활약했고, 20대 초반 휠체어 마라톤에 발을 들였다. 2001년부터 트랙 종목에 집중해 지난해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휠체어 2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어려움도 많았다. 유병훈은 “항상 일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좋아서 지금까지 했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목표인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을 이루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병훈은 운이 좋은 편이다. 그는 휠체어 수입판매회사인 닛신메디컬에서 영업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실업팀이 없는 휠체어 육상의 현실에서 선수들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남자 경보 50㎞에서는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이 한국 대표팀 두 번째로 톱10을 달성했다. 박칠성은 지난 4월 자신이 작성한 한국기록(3시간50분11초)을 3분가량 앞당긴 3시간47분13초에 피니시라인을 통과해 7위를 기록했다. 여자 높이뛰기에서는 지난 두 대회 연속 2위에 머물렀던 안나 치체로바(러시아)가 블랑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의 3연속 우승을 저지했다. 치체로바는 블라시치와 똑같이 2m3㎝을 넘었지만 1차시기에 바를 넘어 2차시기에서 성공한 블라시치를 제쳤다. 남자 창던지기에서는 마티아스 데 조르도(독일)가 86m27㎝로 우승했다.

케냐의 아스벨 키프롭은 남자 1500m에서 조국에 이번 대회 6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 1600m 계주에서는 미국이 우승을 차지했고, 여자 100m 허들에서는 샐리 피어슨(호주)이 12초28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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