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엔 별 최대 4000억 개 …직경 10만 광년, 두께 1000광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4호 28면

추석이다. 보름달이 뜨면 마음속엔 어릴 적 부르던 동요 ‘반달’이 떠오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반달’은 1924년 윤극영(1903~1988) 선생이 작사·작곡한 우리나라 첫 동요다. 노래에서 계수나무는 계피나무, 샛별은 금성이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동요 ‘반달’ 속의 은하수는…

은하수는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다. ‘은빛 강’처럼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 우리말로는 ‘미리내’다. 영어로는 ‘Milkyway’인데, 은하수 빛이 젖빛 띠처럼 흐릿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람둥이 제우스신은 알크메네의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 그녀의 남편으로 변해 동침한다. 그래서 얻은 아들 헤라클레스가 불사의 생명을 얻게 하려고 자기 아내 헤라가 잠든 사이 그 젖을 물렸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워낙 젖을 세게 빠는 바람에 놀란 헤라가 아기를 뿌리칠 때 흘러나온 젖이 은하수가 됐다고 한다.

태양계는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의 8개 행성과 5개 왜(矮)행성으로 구성돼 있다.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은 태양을 도는 행성 중 ▶모양을 원형으로 유지하기 위한 중력과 질량을 갖고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를 배제하지 못하면서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닌 것들을 왜행성으로 정했다. 이 정의에 따라 명왕성은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지위가 떨어졌다. 태양계의 크기는 오르트 성운을 기준으로 약 1광년, 태양 중력장이 미치는 거리를 기준으로 2광년이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 약 9.5조㎞다.

은하수의 직경은 약 10만 광년, 두께는 약 1000광년이다. 2000억~4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중 태양보다 더 밝은 별도 무수하다. 은하는 타원형과 나선형, 막대나선형, 불규칙형의 네 가지가 있는데, 우리 은하수는 국부은하군(Local Group)에서 가장 무겁고 유일한 막대나선 은하다. 우리와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는 국부은하군 중 가장 큰데, 약 1조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국부은하군엔 크고 작은 40개 이상의 은하가 있고 지름은 1000만 광년이다. 이 국부은하군은 다시 크기 1억2000만 광년인 국부초은하집단의 일부다. 이것은 또 10억 광년 크기의 은하필라멘트에 속한다. 이렇게 우주에는 대략 1000억 개의 은하가 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 은하와 탄생의 기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처음 밝혀낸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다. 그는 1923년 10월 4일, 윌슨산천문대에서 100인치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을 촬영했다. 현상해 보니 사진에 점이 한 개 있었다. 이를 재확인하려고 다시 사진을 찍었더니, 또 다른 점이 나타났다. 새 점은 광도와 변광 주기 사이의 관계가 정확해 표준광원으로 사용되는 세페이드형 변광성이었다.

천문학자들은 행성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레이더를, 가까운 별의 거리를 재는 데는 시차를 사용한다. 그러나 은하수 바깥의 거리는 측정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은하수 내의 비슷한 별들의 거리를 비교해 가까운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거리 사다리’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지구-안드로메다 성운 거리를 추정했더니 90만 광년, 우리 은하의 크기 10만 광년보다 훨씬 컸다. 이것으로 안드로메다가 별개 은하라는 게 밝혀졌다. 실제론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허블은 천문사진작가 밀턴 휴메이슨과 46개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별이 지구에서 멀어지면 붉은빛, 가까워지면 푸른색으로 보이는 ‘적색편이’, 즉 도플러 현상을 밝혀냈다. 그리고 더 멀리 있는 은하들을 측정해 은하의 멀어지는 속도가 지구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 법칙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을 처음 제시했다.

이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특이점’에 갇혀 있다 137억 년 전 거대 폭발로 우주가 시작됐다는 빅뱅 이론의 증거가 됐다. 지구에서는 대기와 먼지 때문에 우주의 정확한 모습을 관찰할 수 없다. 그래서 미 항공우주국(NASA)은 별들과 은하계의 형성과 진화, 구조 등을 밝히기 위해 1990년 4월 25일 스쿨버스 크기만 한 천체망원경을 우주로 발사했다. 이 망원경 이름은 허블을 기려 허블망원경으로 정했다.

그럼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우주는 무한히 크지는 않다. 우주 모양은 팽창하는 풍선 같다. 우리는 팽창하는 풍선의 표면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주배경복사 연구를 위해 2001년 발사돼 2009년 수명을 다한 탐사선 WMAP의 데이터로 추정한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7억 살이다.

얼마 전 39억 광년 거리의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장면이 보도됐다. 강한 중력으로 태양만 한 별을 산산조각 내고, 가스를 빨아들인 후 X선을 수직으로 뿜어내는 거대 블랙홀을 보면서 무한한 우주의 신비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