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대에 울리는 '춘향의 아리아'

중앙일보

입력

"20년전 악보를 처음 접했을 때 언젠가는 춘향 역으로 무대에 서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는 5월 28일 도쿄(東京)카잘스홀에서 한.일 합작으로 상연되는 오페라 '춘향(春香)' 에서 주역을 맡은 재일동포 소프라노 전월선(田月仙)씨.

그녀는 2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앞두고 재일동포들 사이에서 얘기로만 전해오던 오페라에 직접 출연하게 돼 매우 기쁘다" 고 말했다.

다카키 도로쿠(高木東六.95) 작곡의 '춘향' 은 최초로 오페라화된 '춘향전' . 1948년 11월 20일 도쿄 유라쿠자(有樂座)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46년 재일동포 1만8천여명이 성금을 모아 작곡자에게 2년간 생활비를 대주면서 위촉해 완성했다.

대본은 '춘향전' 을 연극으로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다닌 무라야마 도모요시(村山知義.1901~77)가 썼다.

田씨는 이번 공연에서 테너 이노우에 료지(이몽룡 역).바리톤 오쿠보 마고토(변사또 역)등과 함께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인다.
피아노 반주는 작곡자 다카키가 직접 맡는다.

" '도라지' '아리랑' '양산도' 등의 한국 민요와 국악기도 등장해요. 춘향이 이몽룡의 품에 안겨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것도 이색적이지요. 초연 때 재일동포들은 이 대목에서 폭소를 터뜨렸답니다."

이번 공연 2부에서 '미즈이로의 왈츠' 를 비롯, 북한 가곡 '임진강' , 우리가곡 '고려산천 내 사랑아' 를 부를 예정인 田씨는 일본에서 남과 북을 오가며 공연해온 덕분에 '국경을 넘은 가희(歌姬)' 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실향민들로부터 '고려산천…' 음반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홈페이지(www.wolson.com)에서 MP3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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