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막, 시민군 옆 낯선 검은머리 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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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의 고향인 시르테에서 120여㎞ 떨어진 사막지대. 시민군과 카다피군이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있는 최전선 부근이다. 이곳 시민군 가운데는 북아프리카가 아닌 동양적 외모를 가진 전사(戰士)가 섞여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UCLA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 대학생 크리스 전(21·사진)이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등은 1일(현지시간) 리비아 혁명 현장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전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전씨는 “진정한 혁명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으며 시민군과 함께한다면 정말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참전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리비아에 오기 위해 800달러(약 85만원)를 들여 편도 비행기표를 구했다. 그는 현재 2주째 시민군과 함께 지내고 있다. 최전선에 머물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서 걱정하는 기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고 CSM은 전했다.

백넘버 44번의 파란색 농구 유니폼 상의와 위장무늬가 들어간 바지 차림으로 취재진을 만난 전씨는 AK-47 소총을 공중에 발사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운명을 믿는다”며 “내가 바로 나우리피아에서 카다피군을 몰아낸 선봉대 가운데 한 명”이라고 자랑했다. 다른 시민군 전우들과는 어설픈 이탈리아어와 손짓·발짓으로 겨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에게 ‘메드 엘 마그라비 사이디 바르가’라는 아랍식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다. 그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이달 말께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계획이다.

 ◆리비아 20개월 내 대선=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런던 주재 대표 구마 알가마티는 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20개월 안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NTC는 앞으로 8개월 안에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200명으로 제헌위원회를 구성,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게 된다. 제헌위원회 발족 후 1년 안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새 헌법을 확정하고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된다.

 한편 1일 60여 개국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재건 지원 회의에서는 150억 달러(15조9000여억원)에 이르는 리비아 동결자산을 풀기로 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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