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도 못 먹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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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민의 영양 공급원인 계란값이 치솟고 있다.

 2일 현재 대형마트에서 파는 계란 가격이 개당 213.3원(특란 30개에 6400원)으로 200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8월 가격이 개당 132.7원(특란 30개에 398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60%나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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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의 도매가격(대한양계협회 고시가)도 같은 기간 136원에서 176원으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도·소매가격 모두 사상 최고가다. 쇠고기나 생선이 비싸 사먹지 못하는 서민들이 마음 편하게 먹어온 것이 계란임을 감안할 때 계란값 상승은 서민 가계의 시름을 더 깊게 할 전망이다. 게다가 계란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이 많아 생활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계란값 상승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계란을 낳는 닭인 ‘산란계’ 1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장 계란 공급 부족이 일어나기 시작됐다.

더 심각한 것은 산란종계 17만2000마리가 살처분된 것이었다. 산란종계는 산란계를 낳는 어미닭이다. 당시 국내 산란종계 총수는 약 53만8000마리. 산란종계의 3분의 1(32%)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산란종계 부족은 산란계보다 훨씬 오랫동안 계란 공급에 영향을 준다.

 산란종계는 알에서 부화한 뒤 6개월은 자라야 산란계 알을 낳을 수 있고, 그때 부화된 산란계는 또 6개월이 지나야 계란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9개월 전 산란종계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계란 공급난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계성 양계장 권익섭 이사는 “2004년 AI 사태 때 산란계 300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산란종계 손실이 많은 올해가 계란 생산 부족이 더 심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지 계란 가격은 올 1월부터 개당 155원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상승했고, 8월 중순엔 170원대로 뛰었다.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 3월부터 산란용 병아리에 붙는 9%의 관세율을 0%로 낮추며 100만 마리의 무관세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산지의 산란계 부족을 메우기엔 충분치 않은 데다 수입 병아리들은 아직 계란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산란용 병아리 50만 마리의 무관세 수입을 추가로 허용키로 했다.

 유통업계와 양계 농가에서는 계란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란계 숫자가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추석과 개학 후 급식 재개 등으로 계란 수요는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마트 윤경수 계란 바이어는 “병아리 수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내년 초 이후에야 계란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렬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일명 AI. 야생 조류와 닭, 칠면조 같은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의 분비물을 직접 접촉할 때 주로 감염된다. 감염되면 산란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폐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량 살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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