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몹쓸 짓? … 객차 천장서 다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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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 달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잡는 지하철 보안관이 활동한다. 전동차에는 칸마다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될 예정이다. 여성 전용칸의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본지 7월 22일자 3면>

 서울시는 지하철 성범죄를 막기 위한 종합 안전대책을 1일 발표했다.

 지하철 보안관은 삼단 봉과 디지털카메라를 휴대하고 성범죄를 단속한다. 카메라는 증거 확보용이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지하철 막차 운행이 끝날 때까지 근무한다. 성추행범이 기승을 부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사복을 입고 암행 단속을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75명의 보안관을 우선 투입하고, 내년엔 75명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지금도 서울 지하철엔 지하철 경찰대가 상주하고 있지만 전체 인력이 104명에 불과해 성범죄 단속에 역부족이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지하철 전동차 칸마다 CCTV를 2대씩 설치하기로 했다. 성추행이 잦은 2호선에 우선 설치한 후 2013년까지 전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승객이 비상벨을 누를 때만 기관실 모니터에 CCTV가 잡은 화면이 뜨는 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다. 화재가 났을 때도 화면이 뜬다. 지금은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신용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CCTV 설치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고 증거 자료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에 CCTV를 설치하자 기사에 대한 폭행·폭언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당초 이달부터 운영할 계획이었던 여성 전용칸은 이날 발표된 대책에서 빠졌다. 남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반발이 컸고, 여성들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칸은 1992년 지하철 1호선과 국철에서 실시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흐지부지 사라졌다. 2007년에도 여성 전용칸을 만들자는 논의가 일었지만 반대 여론으로 무산됐다.

 대신 서울시는 비상통화장치, 막차 안전요원, 불법 상행위 단속 등 그동안 해오던 안전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비상콜폰, 전동차 비상 인터폰, 승강기 비상 전화기 등을 점검하고 여성 화장실 입구 등 성범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비상벨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안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적발된 성범죄는 1192건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160% 증가한 것으로 하루에 3건 이상 성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장정우 서울시 교통본부장은 “지하철에서 절도 등 일반 범죄는 줄어들고 있는데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승객들의 요구가 많아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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