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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로 들어온 1600m 계주 그러나 한국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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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꼴찌였지만 희망을 봤다.

 한국 남자 1600m 계주팀이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세계선수권 예선 A조에서 3분04초05를 기록했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남아공의 1번 주자로 뛰어 관심이 큰 경기였다. 미국·자메이카·남아공이 결승에 진출하고 한국은 8개 팀 중 8위로 들어왔으나 표정은 가장 밝았다. 13년 묵은 한국기록(3분04초44)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육상 강자인 일본(3분02초64)과의 격차도 2초 미만으로 줄였다. 박봉고(20·구미시청)-임찬호(19·정선군청)-이준(20·충남대)-성혁제(21·성결대)가 주인공이다.

남자 1600m 계주 예선에서 한국의 두 번째 주자 임찬호(맨 왼쪽)가 박봉고(가운데)에게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한국은 결승행에 실패했지만 3분04초05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대구=조문규 기자]

 한국의 에이스인 박봉고는 “한국 기록이 목표였는데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팀이 한데 뭉쳐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갈 길은 멀다. 꼴찌는 꼴찌다. 예선 A조 1위의 기록은 2분58초82(미국), 2위는 2분59초13(자메이카)이었다. 1600m 계주에서 5초 차이는 꽤 크다.

 박봉고는 “우리도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 계속 ‘못한다, 못한다’고 하면 더욱 자신감을 잃는다”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 축구처럼 지원을 많이 하면 육상에서도 걸출한 스타가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모두 20대 초반으로 아직 어리다는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육상 대표팀 계주 담당 오세진 코치는 “박봉고와 임찬호 두 400m 간판선수를 1, 2번 주자에 놓은 것이 주효했다”면서 “겨우 보름간 호흡을 맞춘 후 한국 기록을 바꿨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봉고는 “2분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박봉고의 400m 개인 최고기록은 45초63이다. 45초37인 한국기록에는 근접했지만 43초대를 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는 차이가 난다. 그러나 조직력이 중요한 계주에서는 세계 수준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봉고의 기대대로 2분대에 들어가면 아시아 수준은 넘게 된다.

 오 코치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여자 1600m 계주에서도 한국기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종목 한국기록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수립한 3분42초27이다.

 한국은 대회 폐막일인 4일 열릴 남자 400m 계주에서도 한국신기록을 노리고 있다. 남자 계주팀도 지난 5월 39초04를 기록, 한국기록을 23년 만에 새로 썼다. 이번엔 기록만이 아니라 결승 무대도 노리고 있다.

 성호준 기자, 대구=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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