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국부펀드 71조원 … 시민군 내부 쟁탈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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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카다피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리비아 시민군 세력들이 카다피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공동의 적인 무아마르 카다피(69) 전 국가원수가 사실상 제거되자 시민군의 과도국가위원회(NTC) 세력들이 카다피 일가가 쥐락펴락했던 각종 재산을 누가 관할할지,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민군 세력들이 공동의 적이 제거되자 염불(혁명정신)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을 탐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 갈등의 중심에 ‘리비아 국부펀드(LIA)’가 있다. 세계 11위 국부펀드다. 자산 규모가 650억 달러(약 71조원)에 이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과도국가위원들이 LIA 경영진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임명해 놓고 정면대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LIA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는 무함마드 라야스와 나피크 네이헤드다. 두 사람 모두 카다피 정권에 의해 선임됐다. 몇몇 과도국가위원은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두 사람의 지위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NTC의 다른 세력은 마모우드 바디라는 인물을 내세워 LIA의 부정과 부패를 조사하고 나섰다. 최근 29억 달러(약 3조1000억원)가 사라진 것을 밝혀냈다. 바디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아래에서 일했던 LIA 사람들은 많은 것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LIA를 맡겨둘 순 없다”고 주장했다.

 LIA는 카다피의 아들이면서 한때 후계자로 꼽혔던 사이프 알이슬람에 의해 2006년 설립됐다. 자산을 주로 해외에 투자해왔다. LIA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와 FT의 지주회사인 영국 피어슨그룹 등이다.

 LIA 자산은 한때 7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65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위탁받은 13억 달러를 내전 반발 직후 씨티그룹이 판매한 옵션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90%(12억 달러) 정도를 까먹는 등 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FT 는 “(양쪽의 충돌이) 기존 권력이 무너진 뒤 나타나는 전형적인 갈등이자 혼란”이라며 “LIA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동결한 카다피 재산의 관리 책임자도 결정되기 때문에 양쪽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카다피와 리비아 재산 300억 달러를, 영국 정부는 320억 달러를, 스위스 정부는 40억 달러를 각각 동결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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