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헛바퀴’ 울산 코스트코 행심위가 직접 건축허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울산 진장유통단지에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울산시행정심판위원회(행심)가 30일 북구청을 배제한 채 직접 건축허가를 내줬다. 건축허가권을 쥐고 있는 울산 북구청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불허 처분을 되풀이하자 행심이 직접처분권을 행사한 것이다.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해 타당한지 여부를 심판하는 행심이 행정기관을 대신해 직접 인·허가권을 행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부산시 행정심판위원회가 9일 기장군을 대신해 동부산관광단지 내 골프장을 승인해준 사례 등 전국적으로 2~3건뿐이다.

 코스트코 건축허가 문제는 지난해 8월 지주인 진장유통단지사업조합이 북구청에 건축심의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중소상인들이 “가격 경쟁에 밀려 생존이 어렵다”고 반발하자 윤종오 북구청장이 “주민 보호를 위해 입점을 허가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해당 부지는 울산시가 유통전문단지로 개발, 대형유통업체 입지로 계획해둔 곳이어서 법적으로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재래시장 인근이 아니어서 대형마트 입지에 제약요건이 없는 데다,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 이외에 다른 업체가 들어오려면 울산시 도시계획 자체를 바꿔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조합의 허가서류 접수→윤 구청장의 반려→행심의 반려취소’의 소모성 쳇바퀴가 4차례 돌아갔다. 그때마다 윤 구청장은 “법적으로 건축허가 요건을 갖췄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중소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입점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행심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구청장은 허가해줄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재결(판결)을 반복했다.

 행심은 북구청이 “29일까지 허가해주라”는 시정명령까지 거부하자 결국 30일 직접 건축허가를 해줬다.

 그러나 갈등 소지는 남아 있다. 진장유통단지사업조합이 29일 윤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구청으로서도 각종 인허가권 및 감독·지도권을 통해 코스트코 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진장유통단지조합은 사업 지연으로 입은 손실에 대해 윤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또 윤 구청장에 대해 “일부 주민을 편파적으로 두둔해 건축허가권을 멋대로 행사했다”며 직권남용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기원 기자

◆행정심판위원회 직접처분=행정기관이 행심의 재결(결정)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심이 행정기관을 대신해 직접 처분(각종 인·허가 등)을 내리는 것으로, 효력은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과 같다. 행정심판법 제50조 규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