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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투잡 창업, 매장 직접 챙길수록 매출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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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직장 생활은 갑갑하고,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창업하긴 겁나고…. 이런 직장인들이 꿈꾸는 것이 ‘투잡(Two Job)’이다. 이달 초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76명을 설문한 결과 53%가 “언젠가 창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겪는다”고 답했다. 올 4월 인크루트가 직장인 425명을 설문했을 땐 13%가 “현재 부업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직장인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투잡은 대리운전·인터넷쇼핑몰 같은 업종이다. 투자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고위험(하이 리스크)을 감수해야 고수익(하이 리턴)을 낼 수 있는 법. 최근엔 투잡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부업이 노후를 대비한 ‘제2의 직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투잡은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100% 신경을 쓸 수 없다”며 “본업만큼 신경 쓸 일이 한 개 더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잡 창업 성공전략을 살펴봤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김성한 ‘채선당’ 서울 제기동점 사장(왼쪽)이 주방을 둘러보고 있다. 김 사장은 호텔 요리사 경력을 살려 투잡에 뛰어들었다. [김성룡 기자]


투잡에 뛰어들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업종 선택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창업과는 다르다. 이 소장은 “아무래도 생소한 인기 업종보단 익숙한 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며 “위탁관리할 수 있거나 전문인력이 풍부해 인재를 구하기 쉬운 업종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인생 ‘2막’을 고려해 노후에도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김성한(48)씨는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채선당’ 서울 제기점 사장이기도 하다. 김씨는 “아무래도 제일 잘 하는 게 요리다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음식점이었다”며 “식자재를 본사에서 관리하는 프랜차이즈를 택했다”고 말했다. 형제 두 명과 함께 각 1억원씩 투자해 2007년 창업했다. 자녀의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매장에 나오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에 불과했다. 그는 “매니저를 채용해 매장 관리를 전담시켰는데 창업 3개월 뒤 매출이 확 줄었다”며 “주인이 직접 나서서 관리하지 않다 보니 서비스가 엉망이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그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틈날 때마다 매장에 들렀고 입출금 내역도 챙겼다. 수시로 종업원 교육도 직접 했다. 그는 “호텔에서 하던 대로 식재료·서비스·매출을 관리하다 보니 매출이 서서히 오르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기점을 비롯해 서울 성수동과 경기도 성남 태평동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세 곳에서 올리는 매출만 월 2억4000만원이다. 그는 “어떤 회사도 투잡을 곱게 봐주지는 않는다”며 “본업에서 절대 흠 잡히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게 투잡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본업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시간관리다. 그러려면 집·직장·투잡 장소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절약한 시간만큼 매장을 관리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장혜연(34)씨가 벨라빈스커피 을지로점을 내면서 가장 신경 쓴 것도 거리다. 직장은 서울 명동, 집은 쌍문동인 장씨는 퇴근길에 들르기 편하도록 을지로 5가에 매장을 냈다. 낮에는 고용한 매니저가, 밤에는 장씨가 매장을 관리했다. 장씨는 “매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CCTV 두 대를 달아놨다”며 “피곤해도 매출을 매일매일 꼼꼼히 체크했다”고 말했다. 현재 커피전문점 매출은 월 2500만원. 장씨는 “퇴근 후 매일 오후 7~10시 매장을 관리한다는 게 쉽진 않았다”며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요일·공휴일은 무조건 쉬었다”고 말했다.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믿을 만한 파트너에게 관리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건설사에 다니는 이현우(45)씨는 맥주 전문점 치어스 서울 옥수동점을 내면서 누나의 도움을 받았다. 누나가 손님이 적은 오후 2~7시 출근해 직원을 교육하고 장사 준비·청소를 했다. 이 소장은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더라도 근무시간이나 급여 같은 동업 조건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잡에 뛰어들 시기를 정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신입사원일 때보단 직장 생활을 최소 5년 이상 한 뒤에 시작하는 게 낫다. 본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야 부업을 할 여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투잡을 할 땐 본업이 우선이란 개념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며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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