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확대경02] 다시 뜨는 유럽의 붉은 악마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스페인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22년 만에 숙적 이탈리아를 꺾은 것이다.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알폰소 페레소와 아벨라르도 에르난데스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 국민이 광적인 축구팬인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국가적인 경사였다.

지금 스페인 국민들은 다시 한번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스페인 프로 1부리 그(프리메라)에 소속된 3개팀이 유럽축구연맹에 주최하는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것이다. 2년 만에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스페인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제일 먼저 4강 진출의 기쁨을 노린 팀은 전통의 명문 바르셀로나. 32강 조별 라운드부터 무패행진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바르셀로나는 잉글랜드의 첼시와 맞붙은 8강 원정 1차전에서 1-3으로 패배해 탈락의 위기에 몰렸었다. 더군다나 자국리그에서 3연패의 부진에 빠져있어 바르셀로나의 탈락은 기정사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19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인 누 캄프에서 열린 2차전에서 3-1로 승리함으로써 기사회생 했다. 바르셀로나는 통합전적 4-4 동률을 이룬 상태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간판 스타 히바우도와 클루이베르트의 연속골로 6-4로 승리, 힘겹게 4강에 올라갔다.

바르셀로나에 비해 라치오와의 8강 1차전 홈 경기에서 5-2의 완승을 거둔 발렌시아는 2차전 패배(0-1패)에도 불구하고 종합전적 5-2로 4강에 합류했다.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는 5월 3일과 10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마지막으로 4강 합류의 기쁨을 누린 팀은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사상 통산 7번 챔피언에 등극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작년 우승팀인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8강에서 만나 가장 큰 빅 카드로 관심을 모았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겨 불리한 입장에 몰렸던 레알 마드리드는 적지에서 열린 2차전에서 “스페인의 신성”으로 불리는 라울 곤잘레스의 연속골에 힘입어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의 세리아 A, 잉글랜드의 프리미어와 함께 유럽의 3대리그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스페인으로서는 리그를 판단하는 가장 큰 척도인 실력면에서 다른 리그를 압도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일이다.

활성화된 자국리그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최근 명성을 떨치지 못한 스페인. 유럽의 붉은 악마로 명성을 날리는 스페인이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자국 프로팀의 선전에 힘입어 2개월 후에 열리는 유로2000에서 제 명성을 지켜갈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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