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부양 기대감 … 기관 ‘차·화·정’ 사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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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9일 코스피지수가 50.55포인트(2.84%) 올랐다. 사진은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강정현 기자]


코스피 지수가 29일 50포인트 급등하며 1800선을 넘어섰다. 일본 닛케이지수(0.61%), 홍콩 항셍지수(2.06%)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어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사흘 새 1754.78에서 1829.50으로 4.26% 상승했다. 이달 초순과 중순, 급락을 반복하며 공포감에 빠져들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투자자는 팔아 치웠고 기관은 사들였다. 주가가 조금 오른다 싶으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행태는 여전했다. 개인은 주식이 오른 사흘 동안 39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자금력이 약한 개인은 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단기 차익을 노린 반면 기관은 길게 보며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인지 개인은 전기·전자, 운송·장비 등 ‘경기 민감주’를 팔았고 기관이 이를 다 받았다.

 그동안 국내외 시장엔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었다.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엔 악재가 더 많다. 이달 말과 다음달 초에는 미국의 소비·고용·제조업 관련 각종 지표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지표는 대부분 전달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요국 주가는 위를 향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1.51% 하락했던 미 다우존스 지수는 26일 1.21% 상승 반전했다. 현재 증시를 사로잡고 있는 건 미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미국이 돈을 풀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니 주가도 꿈틀거리는 것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버냉키 의장이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미국 경제지표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히려 이러한 요인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창규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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