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밸리의 '벤처사관학교장'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잘 나가던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 문어발식 확장에 벤처기업가의 억장이 무너진 적도 있었다. ''굴뚝산업'' 시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처럼 ''종속관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일부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다. 바로 벤처기업과의 공존공생이다. 서로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는 상생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변화이다.

''변화''를 읽는 사람

삼성물산내 벤처투자 조직인 골든게이트(www.i-goldengate.com)의 문 영우 부장(41)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누구보다도 빨리 잡아낸 사람. 문 영우 부장은 기존의 대기업 업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삼성물산 구조조정팀과 미래전략팀에서 기획업무만을 7년 넘게 맡아온 전문가답게 누구보다도 세상흐름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

"지난해 초반 벤처기업이 지식정보사회와 디지털 혁명을 통해 하나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벤처들은 산업시대부터 쌓아온 대기업의 독자적 역량을 구축하기까지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또한 대기업은 지식정보사회에 맞도록 기업체질과 사업구조를 바꿔야하는 과제가 있었지요. 이러한 벤처의 부족함과 대기업의 과제를 접목시키면 시너지 효과와 바람직한 조화가 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문 영우 부장은 지난해 8월 유망 벤처를 발굴 투자 육성하는 삼성물산의 벤처투자 조직 ‘골든게이트’를 출범시켰다. ‘실리콘밸리식 투자모델’을 실행하는게 골든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들이 벤처기업에 투자 후 투자기업을 성공에 이르기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밀착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팀명도 실리콘밸리의 관문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릿지''에서 따왔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수준의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문 영우 부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또한 밖에 있으면 보잘 것 없더라도 ‘골든게이트’문을 지나면 황금 같은 귀중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벤처로부터 배운다”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고 충분히 전략기획 전문가로 성장할 수 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골든게이트라는 사내 벤처에 투신한 것은 이미 시대적 상황을 통해 정답을 찾았다는 제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또 이를 빠른 시일내에 확연하게 성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지요. 그래서 골든게이트를 통해 사생결단할 작정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약했다. 문 부장이 제시하는 그림은 기존 패러다임과 제도 및 시스템을 바꿔야만 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벤처기업이 기존 패러다임으로 관리되면 어렵다는게 이 사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내부의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상사분들을 일대일로 만나면서 제 신념을 이야기 했지요. 잘못되어도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절실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회사로부터 1, 2차 투자를 받아내는데 성공했지요”

골든게이트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2개월이 지난 후에는 총 8억원의 투자자금과 4천 5백만원의 시상금이 걸린 ‘제1회 대한민국 벤처 과거’를 실시 1200건의 사업제안서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현재까지 30개 유망 벤처기업에 300억을 투자하는 등 빠르게 벤처기업과의 윈윈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처럼 문 영우 부장이 이 사업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이유는 골든게이트가 단순한 벤처캐피털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기존 인프라에 성공 가능성 높은 벤처를 접목시킴으로써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새로운 투자모델을 제시했다. 또 이들 벤처기업을 단지 투자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대기업의 사업구조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투자할 벤처기업이 선정되면 우선 저희쪽 임원분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집니다. 그러면 해당사의 핵심경영진은 자신의 회사를 충분히 소개하기 위해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리가 바로 대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교육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벤처기업은 대기업이 새로운 문화와 제도를 경험할 수 있는 창구이자 게이트웨이 이기 때문입니다”

“골든게이트는 운동장이다”

골든게이트가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만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사업전략 때문이다.

“골든게이트의 성공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먼저 핵심역량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단순 아이디어만 가진 닷컴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국내의 창업투자회사가 단기간의 수익 회수를 노리는 반면 골든게이트는 3년이내에 투자회사를 상장시켜 열매를 나눈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피드한 경영을 하는 기업이 투자대상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삼성물산내의 기존 인프라와 접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판매와 마케팅이 부족한 기업이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영우 부장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투자한 30개기업 가운데 5개 정도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가 탄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든게이트가 투자한 기업에는 오즈인터미디어, 엔웍스, 오마이러브 등의 인터넷분야 기업과 인포뱅크, 4C소프트, 보고테크, 웹데이타뱅크 등의 정보통신분야 기업, 바이오 분야의 아미티에, 이룸바이오텍 등이 있다.

문영우 부장 약력1959년부산 출생 1986년부산대 독일어과 졸업 1993년미 피츠버그대 고위경영자 과정 수료2000년연세대 경영대학원 재학중1993년 ~ 95년 삼성물산 마케팅실 브랜드전략 담당 과장1996년 ~ 97년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 과장1998년 ~ 99년 구조조정팀 미래전략팀장 역임1999년 8월 ~ 현재삼성물산 벤처 투자전문 사업부 골든게이트 사업부장취미 速步, 명상주량 포도주 반병 가족 아내, 두 아들수면 평균 6시간
“골든게이트는 이들 벤처기업이 마음껏 역량과 재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신림동의 고시촌에 있지않아도 얼마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게 요즘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골든게이트의 역할은 남다르다고 봅니다”

사내 직원들의 아이디어 접수 창구로 시작해 디지털 경제시대에 맞는 대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며,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는 성공의 문으로 안내하는 골든게이트. 이곳에 ‘벤처사관학교장’문영우씨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