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가 하락으로 자금조달 비상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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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주식의 발행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일부 기업은 주가가 유상증자 가격을 밑돌면서 증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7일 유상증자 청약을 마감한 대한통운의 경우 발행예정 주식의 18.33%인 1백83만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17일 주가가 하한가인 6천8백원까지 떨어지면서 증자가격(6천원)과 비슷해졌기 때문.

19일까지 유상 청약을 받은 대우증권도 18일 종가가 4천9백45원으로 증자가격(5천원)에 못미침에 따라 우리사주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이 대부분 청약을 포기했다.

이밖에 다음달 유상청약을 받을 예정인 대양금고.해동화재 등도 현재 주가가 증자가격보다 훨씬 낮은 상태여서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기업들의 경우 다음달 말까지 모두 38개사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는데 확정 발행가가 1차 발행 예정가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일 이틀간 청약을 받는 삼보정보통신의 경우 1차 발행가는 6만2천5백원이었지만 주가 급락으로 최종 발행가는 5만3천4백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회사가 가져갈 증자 대금은 2백14억원에서 1백83억원으로 14%나 줄어들게 됐다.

장득수 신영증권 조사부장은 "유상증자 주식이 상장(등록)돼 거래가 되려면 한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강세장이면 몰라도 약세장에서는 주가가 추가로 떨어져 손해를 볼 위험이 크다" 며 "투자자들이 선뜻 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을 앞둔 기업들의 경우 주간 증권사들은 회사측에 공모 가격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폭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등록)후 한달 이내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게 되면 주간사가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시장조성 의무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6개 기업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것은 LG애드 등 5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D증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공모 가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아예 공모일정을 늦출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위원회는 기업들의 공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단기간 내에 많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공모를 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의 수급 상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며 "등록 심사권을 활용해 공모물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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