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수렴청정’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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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이에다(左), 마에하라(右)

일본의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민주당 당 대표 선거가 막판까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29일 오전 중의원·참의원 의원총회를 열고 5명의 후보를 상대로 소속 의원 398명의 투표로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를 선출한다. 당 대표 경선에는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전 국토교통상이 출마했다.

 현재로선 당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지지를 받는 가이에다 후보가 다소 앞선 가운데 마에하라·가노·노다 후보가 뒤를 쫓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수(199표·중의원과 참의원 의장은 기권 예정)를 확보하지 못한 채 1·2위를 차지한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로 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 1차 투표 1·2위 중 누가 3·4·5위를 차지한 후보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얘기다.

 1차 투표에선 고정표가 있는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이 1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가이에다 후보 측은 이 경우 2위에 ‘반오자와’ 세력인 마에하라나 노다가 올라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에하라 혹은 노다가 2위를 차지하면 특정 정파 색채가 옅은 가노 농림수산상을 지지했던 중간파 의원 상당수가 가이에다 쪽으로 흘러 들어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노가 2위를 차지할 경우 “오자와 그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한 마에하라·노다 지지표가 모두 가노 진영으로 뭉쳐 뒤집기를 당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자와 측 일각에서는 “그룹 내 의원 일부에게 1차 투표에서 마에하라를 밀도록 해 2위를 만든 뒤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초 우세에 섰던 마에하라는 법적으로 금지된 외국인 정치헌금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27일 드러나며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결선 투표에서 많은 의원이 ‘오자와의 수렴청정’을 용납하지 않고 나에게로 몰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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