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권력 오나” 제주 강정마을 폭풍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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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7일 오후 7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입구. 대학생 20여 명이 굳은 얼굴로 마을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평화의 버스’를 타고 해군기지 반대 농성 현장을 둘러본 학생들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마을 입구를 지키던 의경들을 향해 물었다. “법원의 결정만 나오면 (공권력이) 투입돼요?” 길 양편에 서 있던 의경 10여 명은 답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강정교 인근의 해군기지 공사 현장. 방패를 손에 들고 문 앞을 지키고 선 경찰 10여 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 설치된 텐트에선 반대 주민 4명이 경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언제 이뤄질지 모를 경찰 투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제주의 전통 벌초일(음력 8월 1일)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일찍 벌초에 나섰던 주민들은 저녁에 마을의례회관에 둘러앉아 대책을 논의했다.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반대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민 68명과 강정마을회를 상대로 한 가처분의 결정은 이르면 30일께 나온다. 찬성 주민과 군 당국도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법원 결정 후 강정마을 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재판부는 심문 결과와 관련 자료 검토 등을 토대로 가처분의 인용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이다. 제주지법 서경원 공보판사는 “재판부의 심리 및 추가 자료 요청 등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들은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를 ‘강정마을 방문주간’으로 정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방문주간 첫날인 27일에만 평화버스 3대가 마을을 찾았다. 제주시 일도2동 대책위원회가 마련한 버스에는 120여 명의 시민이 탔다. 이날 오후에는 한국청년연합회(KYC) 대구·포항 회원 40여 명도 마을을 방문하는 등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서울에서 ‘평화의 비행기’가 뜬다. 이 비행기에는 일부 종교인과 진보단체 회원 170여 명이 탈 예정이어서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제주=최경호·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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