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값 천정부지 결국 휴대폰 요금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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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8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 입찰가격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통신비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주파수 경매에서 접전을 벌인 결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입찰가는 결국 소비자의 지갑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입찰가는 주말을 이용해 1조원 코앞에서 멈춰선 상태다. 지난 17일 시작한 주파수 경매는 26일 열린 81라운드에서 SK텔레콤이 9950억원을 써내자 82라운드를 준비하던 KT가 입찰 유예를 신청한 것이다. 29일 오전 9시에 열릴 라운드에서는 1조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새로운 입찰가를 제시할 때에는 전 라운드 최고가의 1% 이상, 즉 KT는 99억5000만원 이상 올려야 해 1조원을 넘길 수밖에 없다.

 1조원 이상을 주고 주파수를 넘겨받은 통신사가 그만큼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신료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1조원 돌파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가격을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뻔한데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주파수 경매를 실시하는 해외에서도 막대한 경매비용과 요금 간의 인과관계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독일 사례를 들었다. 영국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경매 이후 지난 10년간 연평균 8.5% 요금을 내렸고, 독일 사업자들도 연평균 10.1%의 요금을 인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요금을 올릴 때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쉽게 요금을 올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방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1조원 이상에 낙찰받아 주파수를 가져가더라도 납부 방식이 10년에 걸친 분납이기 때문에 통신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낙찰대금이 1조원일 경우 2500억원을 올해 납부하고, 7500억원은 2021년까지 매년 750억원을 내면 된다. 이 관계자는 “1년에 마케팅 비용을 2조∼3조원씩 쓰는 사업자들에게 700억원 정도의 분납 대금은 요금인상 없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 같은 설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요금을 올릴 수는 없겠으나,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더 많이 올리려 할 것이고 요금을 내려야 할 때 조금 덜 내릴 수 있는 핑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요금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 대가를 앞세워 가급적 요금을 덜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독일 사업자들이 주파수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요금인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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